[Made in Korea가 만드는 글로벌 미래] 2-⑥ '충전' 필요한 배터리 산업

한국 제조업의 '차세대 효자'로 불리던 배터리 산업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18일 한국표준산업분류 제11차 운송장비용 이차전지 제조업(C28202) 및 기타 이차전지 제조업(C28209)으로 분류된 91개사의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적자 기업 비중은 2024년 53.3%에서 2025년 62.8%로 급등했다. 사실상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특히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 비중은 36.5%에 달했다.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판매량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시장이 고속 성장하던 시기에는 공격적인 증설이 경쟁력이었지만,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감축에 나서자 배터리 주문도 줄었고,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내 업체들은 고정비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수요 둔화를 버티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설립한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하며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했고, SK온도 포드와의 '블루오벌SK' 합작체제를 정리하고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내재화를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굳히며 나트륨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까지 선점하려 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배터리 사용량 상위 10개사 중 중국계 7곳의 점유율은 72.2%로 작년 동기보다 2.1% 높아졌다. 반면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은 9.1%로 3위, SK온은 3.5%로 6위에 머물렀다. 삼성SDI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CALB, 고션, SVOLT, EVE 등 중국계 업체들의 성장세가 상위권 전반에서 두드러졌다"며 "중국계 업체들은 중국 내수 완성차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해외 완성차와 상용차, ESS까지 공급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이끈 요인으로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이 지목된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산업의 육성을 위해 △직접 보조금 △세액공제 △저금리 금융 지원 △토지 비용 감면 △전력요금 우대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면, 기업들은 확보한 자금을 다시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실제 CATL은 2024년 상반기에만 중국 정부로부터 38억4000만위안(약 73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 57억2000만위안(약 1조1000억원)의 보조금을 수령한 만큼 2024년 지원 규모는 더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BYD 역시 정부 지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BYD는 2024년 한 해 동안 당기순이익의 26%에 해당하는 14억3400만달러(약 2조1000억원)를 중국 정부의 직접 보조금으로 채웠다. 이는 2023년 6억3600만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반면 한국은 사실상 직접 지원 체계가 전무하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사업화 시설 투자액에 대해 대·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국내 기업들은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국내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했더라도 납부할 세금이 없으면 세액공제를 돌려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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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주는 '직접환급제'(Direct Pay)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생산량과 투자 규모에 연동해 현금성 지원이 가능해야 국내 기업들도 확보한 자금을 다시 국내 생산시설 확대와 R&D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 커뮤니케이션센터장은 이같은 방식의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며 "적자기업 중에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 등 정교한 설계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흑자 기업들이 받은 세액 공제 혜택을 다른 적자 기업 등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제3자 양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접 세액 공제 혜택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이를 다른 기업에 판매해 투자 재원 확보의 유연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현재 적자인 배터리 기업들이 현금 확보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는 "중국은 올해 4월 승용차 시장의 신에너지차 침투율이 61%를 넘어서며 배터리 기술 표준까지 가져가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투자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에 일시적으로라도 세액공제나 직접환급 같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