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풍력 최대 변수? 트럼프 아닌 이곳"

"글로벌 해상풍력 최대 변수? 트럼프 아닌 이곳"

여수(전남)=권다희 기자
2026.06.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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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人사이트]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에서 만나다
①알렉산더 플뢰트레 라이스타드 에너지 해상풍력 총괄 부사장

[편집자주] 녹색전환을 이끄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변화의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전합니다.
알렉산더 플뢰트레 라이스타드 에너지 해상풍력 총괄 부사장/사진제공=한국풍력산업협회
알렉산더 플뢰트레 라이스타드 에너지 해상풍력 총괄 부사장/사진제공=한국풍력산업협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출범 이후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흔들리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글로벌 에너지 전문 리서치 기관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미국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다수의 국가들이 해상풍력을 필수적인 선택지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보다 중국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변수

여수에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 참석차 방한한 알렉산더 플뢰트레 라이스타드 에너지 해상풍력 총괄 부사장은 지난 16일 전시장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 해상풍력 글로벌 전망치를 낮춘 핵심 변수는 미국이 아닌 중국의 급격한 체질 변화"라며 "미국은 글로벌 전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말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2024년 하반기 이후 2030년 해상풍력 전망치를 60GW(기가와트)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 해상풍력 설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보조금 중심 구조에서 가격 기반의 '상업시장'으로 전환하며 중장기 보급 잠재력이 낮아진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유럽의 경매 실패와 고금리 여파가 겹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플뢰트레 부사장은 해상풍력 사업의 최종 관문인 최종투자결정(FID)과 관련해 "지난해 해상풍력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많았음에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FID 실적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며 "2026년에도 영국의 강한 입찰 결과 등을 바탕으로 FID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플뢰트레 부사장은 "중동 위기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전력 공급을 다변화하려는 각국 정부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쳤다"며 "재생 가능하고 국내 조달이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모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많은 국가가 육상풍력과 태양광을 위한 부지를 이미 소진했다"며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상풍력 잠재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표준화 vs 대형화…'죄수의 딜레마' 빠진 터빈 시장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망이 서구권과 중국 시장으로 분절화되는 가운데, 플뢰트레 부사장은 터빈 시장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스타스, 지멘스, GE 등 서구권 터빈 제조사들은 매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며 대형화 경쟁을 벌였으나 최근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플뢰트레 부사장은 이 경쟁을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로 표현했다. 경쟁을 먼저 멈추면 시장 점유율을 잃기 때문에 연구개발(R&D) 비용이 치솟고 품질 검증이 끝나기도 전에 새 모델을 출시하는 불합리한 레이스를 펼쳤다는 것.

그는 "터빈 크기가 매년 바뀌면 설치 선박 운영사나 항만 등 공급망 전체가 미래의 기준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며 "투자 유효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불확실성이 커지고, 결국 투자 결정을 미루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 악순환을 끊은 것은 베스타스다. 플뢰트레 부사장은 "베스타스가 15MW(메가와트) 모델에 머물며 품질과 공급 안정성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며 스스로를 묶는 전략을 취했다"며 "이 신뢰성 있는 시그널 덕분에 서구권 업체들의 주력 터빈도 14~16MW 안팎으로 수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플뢰트레 부사장은 향후 대형화가 매년 크기를 키우는 방식이 아닌 15MW에서 21MW로 건너뛰는 식의 단계적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했다. 반면 중국 제조사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이미 20~25MW급 초대형 터빈을 출시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주권 문제로 인해 중국산 터빈이 서구 시장에 단기간 내 본격적으로 침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제 현재까지 유럽 해상풍력 시장에서 중국산 터빈이 사용된 사례는 이탈리아 타란토 해상풍력단지가 사실상 유일하며, 이 또한 기존 유럽 공급사의 파산으로 인한 특수 사례라는 설명이다.

다만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거나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베트남, 필리핀 등 일부 아시아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지 출처: 전세계 해상풍력 보고서 2026, GWEC
이미지 출처: 전세계 해상풍력 보고서 2026, GWEC
"한국, 규제 유연성 높이고 최소 10년의 로드맵 제시해야"

한국 시장에 관한 글로벌 개발사들의 시각은 '관망'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투자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매력도가 낮아졌다는 것. 그는 한국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책 입안자들이 빠른 보급, 저렴한 전력 공급, 높은 국산화율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현실적인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과거 유럽의 경험처럼 기후 목표 달성과 완전한 국내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려 하면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며 "태동기(Nascent) 산업에 처음부터 무리한 국산화 요건을 부과하면 사업성이 악화돼 시장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일단 시장 규모가 커져야 비용 절감과 국내 공급망 구축도 가능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유럽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정책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플뢰트레 부사장은 "유럽 정부들이 시장 여건이 급변했음에도 기존 경매 프레임워크를 고집하다가 줄줄이 입찰 실패를 겪었고, 1~2년이 지나서야 조건을 고쳐 재공고를 냈다"며 "정부가 유연하지 못하면 시장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또 플뢰트레 부사장은 해상풍력이 글로벌 기준 가격이 존재하는 석유·가스와 달리, 각국의 전력 가격과 계통·인허가에 종속되는 '지역적인 시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가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최소 10년 정도의 명확한 경매 용량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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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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