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해외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귀국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전격 압수수색 등 전방위적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룹 총수의 부재로 위기감이 고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7일 출국해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석중이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14일에는 미국 석유화학 업체 액시올(Axiall)사와 합작한 법인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하는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다. 행사에는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고위인사가 상당수 참석하고, 오랫동안 공을 들인 행사이기 때문에 신 회장이 빠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마당에 신 회장의 귀국 일정이 불투명하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공식이 끝나고 16일쯤 귀국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신 회장이 미국에서 머물며 검찰 수사 향방을 지켜보고 동선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6월말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등 주요 일정을 앞두고 검찰 판단에 따라 출국금지 조치라도 취해지면 향후 각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정에 맞춰 귀국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며 "평소에도 해외 출장시 주요 비즈니스가 발생하면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총 대비를 위해 미국에서 일본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예상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신 회장이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신 회장 부재시 주요 결정을 책임진 고위 임원들 대부분도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사안이 긴박한데도, 즉각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서 머무는 것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관측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그룹에 닥친 사태만큼 긴박하고 중요한 사안이 어딨냐"며 "그룹 총수가 수습 방안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도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검찰 거듭된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일본 롯데경영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당시 신 총괄회장 부자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샀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