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우윳값 3000원 시대의 미래

지영호 기자
2023.06.13 05:1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지난 9일 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올해는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인한 사료비 등 생산비 증가로 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한다. 소위원회가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될 예정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은 시민이 우유를 고르는 모습. 2023.6.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原乳)가격이 올해도 오른다. 다음달까지 가격은 1리터당 996원, 예정대로라면 8월부터 1050원을 넘길 전망이다. 원유가 오르면 다음 수순은 흰우유다. 현재 1리터당 2800~2900원인 흰우유 소비자 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설 듯하다. 그동안 원유가격이 5% 오르면 흰우유가격은 10% 올랐다. 3000원대 진입은 기정사실이다.

그 다음부터는 전방위적이다. 가공우유부터 버터, 치즈, 생크림,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원료로 하는 음식은 예상보다 많다. 이들 제품들이 하나 둘씩 가격을 인상할테고 이 때다 싶은 제빵업계나 커피전문점들도 흐름에 동참할 것이다. 우려하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은 올해도 계속된다.

국내산 우유의 가격 인상 기울기와는 반대로 수입산 우유의 관세는 매년 하락세다. 지난해 9.6%였던 미국산 유제품 관세는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올해부터 7.2%로 낮아졌다. 내년엔 4.8%, 이듬해인 2025년엔 2.4%까지 낮아진다. 유럽산 제품도 지난해 초 11.2%였다가 지금은 9.0%다.

가뜩이나 제조원가가 낮은데다 관세까지 줄어들다보니 가격경쟁력은 높아져만 간다. 대표적인 수입산 멸균우유인 폴란드 믈레코비타는 최근 수차례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1리터에 1500~1700원으로 국산의 절반값이다. 가격경쟁력은 소비로 이어진다. 멸균우유 수입량을 보면 2021년 2만3200톤에서 지난해 3만3000톤으로 1년새 42% 증가했다. 반면 2000년 80%에 이르던 한국의 우유 자급률은 2021년 기준 45.7%까지 떨어졌다.

우리 우유의 가격경쟁력 저하는 애초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이다. 20년전 공급과잉을 우려해 쿼터제를 도입했다가 지금은 족쇄가 된 것이 그 예다. 우유는 남아도는데 우유 제조사는 쿼터제에 묶여 억지로 비싼값에 원유를 떠안았다. 원유가격연동제도 낙농가가 생산성 향상이나 경영효율 대신 현실에 안주하게끔 만들었다.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우유 생산량이 급속도로 떨어지자 정부는 원유가격에 생산비를 연동시켜줬다. 현재 사룟값, 전기료 등 인상요인이 넘쳐났지만 낙농가는 그만큼 인상된 원유가격을 보장받았다. 해마다 정부가 세금으로 840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낙농산업이 온실속 화초로 자라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각각 매기는 차등가격제 도입으로 가격 충격이 소폭 완화된 것은 위안거리다. 남아도는 원유에 일방적으로 생산비를 보전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능이 일부 적용된 제도다.

문제는 관세철폐의 시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는 9.0%에서 6.7%로 더 낮아지게 된다. 국내 수입 멸균우유의 90% 이상이 유럽산이다. 국내 수입 멸균유의 75%를 차지하는 폴란드의 경우 올해 초 농림부 차관까지 서울에 방문해 자국 우유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수입 멸균우유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미국산 우유는 2026년 1월, 유럽산은 같은해 7월부터 무관세 적용을 받는다. 국내 낙농가와 유가공업체가 생존의 돌파구를 찾을 시간은 3년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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