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맞나" 탱크데이 사태 일파만파...위기의 신세계그룹

유엄식 기자, 차현아 기자, 이병권 기자, 하수민 기자
2026.05.23 06:30
(광주=뉴스1) 조수민 수습기자 = 오월을 사랑하는 모임 등 광주시민단체 들이 21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 OUT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2026.5.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조수민 수습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사태가 마케팅 실수 이상의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맞물린 부적절한 표현들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 대한 기존 이미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18일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당 행사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되면서 '탱크'라는 표현이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책상에 탁' 문구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더해졌다.

스타벅스는 논란 발생 초기에 이를 실수로 판단, 프로모션 명칭을 '탱크텀블러데이'로 수정하고 문구를 '작업중 딱'으로 교체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SNS(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고 결국 행사를 취소했다. 누리꾼들은 "우연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공교롭다"는 반응과 함께 안일한 초기대응을 지적했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각종 해석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일부에선 프로모션 이미지에 별표로 강조된 숫자 '7'과 텀블러 용량(503㎖) 등을 특정 정치적 의미와 연결 짓는 해석이 이어졌다. 다만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SNS(소셜미디어)에서 한 이용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최근 논란에 반발하며 쓰던 텀블러를 쓰레기통에 버린 사진을 올렸다. /사진=인스타그램 스레드 갈무리

소비자들의 이같은 분노는 스타벅스를 넘어 정 회장과 신세계그룹 전반을 둘러싼 맥락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 회장이 과거 SNS를 통해 '멸공(滅共,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사진을 게시하는 등 정치·이념 관련 메시지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선 점이 이번 논란 확대를 부추겼다.

아울러 기업의 역사·사회 감수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군사적 이미지와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를 B2C(기업-소비자간 거래)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 제대로 된 검수 없이 내보냈다는 점 역시 소비자들의 반감을 키웠다. 일부 소비자는 이를 정 회장의 정치적 이미지와 연결해 더욱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이마트·SSG닷컴 등 신세계 계열사 전반으로 불매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타벅스가 신세계그룹 브랜드 가운데 가장 대중 접점이 강한 회사다 보니 그룹 전체 신뢰도 하락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망하고 분노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 "비인간적 막장 행태" 분노...그룹 내부서도 "선 넘었다" 우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이건 진짜 선 넘었다", "(담당 직원이) 젊으면 역사를 모르나. 부끄러운 줄 알라"는 질책성 글이 올라왔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홍보·대관 분야를 총괄하는 김수완 부사장은 광주 5·18기념문화센터를 방문해 오월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월단체 측은 아직 국민적 공분이 큰 상황에서 회사 측의 입장을 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면담을 거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도 분명하다.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5·18 북한군 개입설' 등 악의적인 가짜뉴스나 국가폭력범죄 미화, 피해자 모욕행위 등을 '독버섯'으로 규정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 희생자들과 광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데이' 이벤트라니"라며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밝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종로구 익선동 한옥거리 방문 일정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거기 커피는 아니지요?"라며 우회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움직인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정부 행사와 국민 참여 이벤트 등에서 스타벅스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광주시 역시 스타벅스 상품권 불매를 공식화했다. 경찰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배당했던 이번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재배당한 지 하루 만에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2024년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신세계그룹 제공)

"나도 역사 교육 받겠다" 진화 나선 정용진

2024년 회장 승진 후 달라진 행보, 신속한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 약속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계열사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발생 다음날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대표 해임 등 인사 조치만으로 수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직격하고 회사 측의 공식 사과를 촉구한 것도 정 회장의 신속한 결단을 끌어낸 배경으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사와 스타벅스 등 식음료 계열사까지 그룹의 핵심 축이 소비자 여론과 직결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이다. 이번처럼 회사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자칫 '불매 운동'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은 경영 전반에 대형 악재로 꼽힌다.

정 회장은 2024년 회장 승진 이전까지 사회관계서비스망(SNS)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했던 '인플루언서' 경영자였다. 그가 특정 제품이 맛있다고 홍보하거나 각종 현안에 대해 언급하면 수백만명의 팔로워가 공유하면서 사회적 파장도 컸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었다. 대박 난 마케팅도 있었지만 특정 발언들은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만들었다. 2022년 논란이 된 '멸공'(滅共)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를 기점으로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주가가 떨어지자 이마트 노조에서 "오너 리스크를 걱정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정 회장은 결국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라고 사과했다. 이 같은 리스크를 경험한 정 회장은 그룹을 대표하는 회장직 오른 뒤엔 SNS 활동을 전면 중단했고, 골프 등 취미활동도 자제하면서 경영에 매진해왔다.

이번 사태 수습 국면에서 정 회장은 달라진 면모를 나타냈다. 매년 1000억원대 수익을 거둔 핵심 계열사 스타벅스를 4년여간 안정적으로 이끈 손정현 대표를 사건 당일 경질했다. 뿐만 아니라 행사를 기획한 담당 임원을 해임하고 관련 임직원 모두 징계하라고 주문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이번 사고를 보고받고 격노했고, 관련자들에게 그룹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를 주문했다"며 "사건 당일 대표이사 해임 결정은 전례가 없는 조치로 정 회장이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직접 사과했다. 정 회장은 이 날 입장문을 통해 "스타벅스코리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전날 '단테·탱크·나수데이' 이벤트를 진행하며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와 '탱크 듀오 세트'를 선보였다. 이벤트 페이지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행사 문구도 담겼다. 이에 온라인 상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은 19일 서울시내 스타벅스. 2026.05.19.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정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낸 것도 그룹 내부의 위기감을 방증한다. 내부 인사 조치로 끝내지 않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임을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태 수습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사건 발생 경위에 대한 진상 조사는 물론 본인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의 역사의식과 감수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별도로 교육받겠다며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공언했다.

정 회장이 '신세계그룹 회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SNS 게시글로 올린 사과글과는 형식과 내용 모두 무게감이 훨씬 크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통령이 회사 측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고 급속히 악화한 여론을 고려해 정 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신속하게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약속한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에서 밝힌 진상 조사, 마케팅 콘텐츠 검수, 임직원 역사의식 교육 등을 신속히 이행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19일 오전 발표한 정용진 회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 /자료=신세계그룹

논란이 된 스벅 탱크 데이 이벤트 화면 갈무리.

"개인 일탈? 윗선 뭐했나"…'성과주의' 스타벅스, 내부 통제 놓쳤다

'e프리퀀시' 등 굿즈 마케팅 집착 부메랑…불매운동 조짐에 매출 타격 우려

"진정성 있게 책임있는 자세와 대안 필요…소비자도 지속적 감시 필요"

스타벅스코리아가 '탱크데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그동안 무리한 굿즈 마케팅과 외형 성장에만 치중한 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 검수 시스템 구축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탱크데이' 논란의 배경으로 스타벅스코리아의 정량적 성과에만 집중한 경영전략이 꼽힌다. 신세계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스타벅스코리아가 실적 달성을 위한 마케팅 효율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업의 사회적 금기나 역사적 맥락을 사전에 걸러낼 최소한의 내부 심의 시스템조차 가동하지 못한 것이란 평가다.

이 같은 스타벅스코리아의 화제성과 굿즈 판매에 치우친 마케팅에 대한 문제는 앞서 'e프리퀀시' 이벤트 등에서도 수차례 드러났다. 실제 2020년에는 한정판 굿즈를 얻으려 300잔을 결제하고 한 잔만 마신 채 나머지를 폐기한 사례가 알려졌고 스타벅스는 이후 1회 최대 주문 수량을 20잔으로 제한했다.

업계에서도 담당 직원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통상 이런 이벤트는 실무자가 기획안을 올린 후 윗선에서 확인하는데 스타벅스 정도의 브랜드에서 이런 문제적인 문구가 걸러지지 않고 나왔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담당자가 신입 직원이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스타벅스코리아는 해당 마케팅에 참여한 담당자와 결재 라인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연합, AMRC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스타벅스 미국본사 전 CEO의 가습기살균제참사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단체는 신세계 스타벅스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마케팅 논란과 신세계 이마트의 가습기살균제 판매 문제를 규탄하고,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책임 이행과 피해자 배상을 촉구하며 소비자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2026.5.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시장에서는 이번 파문으로 인해 당장 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사회적 가치와 공정성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고려하면 대규모 불매운동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커피업계 1위 브랜드로서의 위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때 10%에 달했던 영업이익률도 이미 절반 수준(5~6%)으로 꺾인 상태다.

실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서 시작됐던 '노재팬' 불매운동 당시 수개월 간 일본 맥주를 비롯한 주요 수입 제품들의 국내 판매량이 급감하며 유통가에 타격을 준 바 있다. 2019년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해당 연도의 일본 수입맥주의 수입량은 전년 대비 99% 줄어든 3만5008㎏이다.

향후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 소비자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가 핵심과제로 꼽힌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 사과가 아닌 진정성 있게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고 실효성있는 대응 방안을 내놔야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들 역시 향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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