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정 분야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방송·연예 등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가짜뉴스의 형태와 수법도 진화되고 있어 구별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쏟아져 나오는 양도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사실 가짜뉴스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내용이 혼재되어 있고, 정확한 진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신념이나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고의성이나 악의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등 입장에 따라 잣대를 달리 적용할 수도 있다. 가짜뉴스 논란은 메시지의 진실과 허위 여부보다는 대부분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특정 언론사 보도는 무조건 가짜뉴스고, 즐겨 보는 유튜버가 말하면 100% 진짜뉴스인 격이다. 종종 정보가 부족해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통되는 루머(rumor)와 혼용되기도 한다.
구글을 비롯한 9개 기관이 '온라인상의 잘못된 허위 정보에 맞서기 위해' 설립한 '퍼스트 드래프트 뉴스(First Draft News)'는 가짜뉴스를 연구, 분석하여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가짜뉴스는 단순하지 않다(원제: Fake news. It's complicated.)'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이들 유형은 피해를 주기 위해 만든 건 아니지만 남들이 속을 수 있는 '풍자나 패러디', 사진이나 헤드라인이 본문 내용과 다른 ''거짓 연결', 정보를 완전히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는 '오도', 사실과 전혀 관련 없는 정보를 함께 섞어 놓는 '거짓 맥락', 가짜 출처를 제공하는 '사칭', 딥페이크와 같이 합성이나 수정을 통한 '조작',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100% 속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완전한 조작' 등이다. 또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도 잠재적 가짜뉴스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를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원제: Talking to Strangers)'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오해하거나 거짓 정보를 쉽게 진실로 믿어버리는 심리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진실 기본값 이론(Truth-Default Theory)'이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타인의 말을 들을 때 그 말이 기본적으로 진실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말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진실 기본값 이론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분야나 새로운 주장에 대해 진위와 관계없이 일단 믿고 본다는 것이다. 그래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내용이 평상시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과 일치하면 더욱 강하게 동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쉽게 알 수 있는 거짓말도 사실로 단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말하는 표정이나 행동, 말투로 그 사람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고 믿는 '투명성 착각(Illusion of Transparency)'이다. 사람들은 놀람, 분노, 기쁨, 슬픔, 당황에 해당하는 표정이 정해져 있으며, 상대방의 속마음은 투명하게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에 거짓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브루넬대 심리학과 아힘 슈에츠볼 교수의 '아주 놀라운 사건에 대한 얼굴 표정(원제: Facial expressions in response to a highly surprising event exceeding the field of vision)'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이런 관념은 허구다. 슈에츠볼 교수는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고 놀라움에 대한 표정을 분석한 결과 참가자의 단지 5%만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신은 확실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확신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대충 정한 단서로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베를린 공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실비아 베스터윅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국방비 지출, 낙태 등 찬반이 나뉘는 8개의 기사를 보여주고 5분 동안 각 기사를 읽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기사를 읽는 데 평균 2분 24초를 썼지만, 맞지 않는 기사를 보는 데는 1분 55초를 썼다.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를 얻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들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편식하며 살고 있다. 웹 사이트 등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로 이런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확증편향'이 강화되면서, 황당무계한 음모론도 더욱 굳건하게 진실로 믿는 것이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다니엘 길버트 교수는 '읽은 것을 믿지 않을 수 없다(원제: You Can't Not Believe Everything You Read)'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거짓과 진실을 혼동하는지 알아봤다. 충분히 거짓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한 번에 한 가지 정보만 제공되면 판단력에 크게 문제가 없지만, 동시에 여러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인지 과부하나 시간제한 등 환경적 압박이 가해지면서 대부분 실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듀크대 행동경제학과 댄 애리얼리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 '미스빌리프(원제: Misbelief)'에서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상식적인 것을 쉽게 믿게 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했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스트레스다. 사람들은 그저 마음이 한결 더 편해진다는 이유로 가짜뉴스를 믿는다는 것이다. 자기 앞에 놓인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이나 골치 아픈 사건 때문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 정서적 안정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찾는다. 그래서 현재 일어나는 일을 자신의 입장에서 설명해 주는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비난의 대상을 찾아 위안을 얻는다. 이때 진실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영국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은 굉장히 도발적인 제목의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원제: Post-Truth: How Bullshit Conquered the World)'라는 책을 통해 사람들을 현혹해 세상을 지배하는 헛소리(bullshit)의 강력한 힘에 대해 분석하고 정리했다. 거짓말은 진실과 권위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행하는 것이라면, 개소리는 진실도 거짓도 신경 쓰지 않고 쏟아내는 허구 담론이다. 시간과 노력도 필요 없고 단지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가 판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것들이 너무나 쉽게 사람들의 일상, 주요 정책, 지도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중요한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해석할 때도 사람들의 편향성이 드러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동기적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라고 한다. 즉 믿고 싶지 않은 근거는 무시하고, 믿고 싶은 근거만 채택해 결론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스스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했다고 착각한다. 런던대학 심리학과 교수였던 피터 와슨은 '4장의 카드 문제(The Four-Card Task)'로 사람들이 얼마나 논리적이기 힘든가를 확인하였다.
세계 각국은 가짜뉴스를 통제하기 위해 규제를 만들고, 빅테크들은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비합리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런 노력들은 단지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사람들이 바보라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