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봄이 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정치와 사법적 어수선함도 있지만 3월 초중순까지 눈이 쌓인 광경을 봤고 4월부터 10월까지 낮기온이 30도를 넘어갈 것이란 예보도 들린다. 3월 초에 만개하던 개나리와 매화도 구경하기 힘들고 벚꽃은 언제 필지 예측도 어렵다. 몇 년째 벚꽃이 없는 벚꽃 축제기간을 올해도 맞이할 것 같은 씁쓸한 예감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 지난해 추석까지 거의 석 달 정도 이어진 덥고 습한 무더위 때문에 여름이 벌써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나처럼 막연히 기후변화를 접하는 사람들은 지난여름 장기간의 습식더위가 놀라운 일이었지만 기상학자들은 수년 전에 이를 예고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변화 데이터북'(박훈 저·기후변화행동연구소·2024년 8월29일 출간)에 따르면 기상학자들은 2020년 이전에 해양과 대륙의 열 차이에 의한 '로스비파'(Rossby Wave)의 약화로 한반도에 장기간 습식더위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북극과 대륙 사이의 기온 차이가 줄어들면서 북극에서 부는 돌풍의 강도가 약해졌고 고온다습한 대기를 몰아내줄 강한 바람이 없으므로 한번 자리잡은 습식사우나 같은 기후가 몇 개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눈앞에 닥친 것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시절엔 홀당 100억원대 인수가격을 기록한 골프장들이 최근엔 홀당 70억원에 매물로 내놓았지만 인수 희망자가 없다고 한다. 비싼 요금과 젊은 세대의 이탈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영업일수 변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골프장은 겨울엔 휴장하거나 대폭 할인을 해야 하므로 영업일수에서 빠지는데 지난여름과 같은 날씨를 만나면 제값을 받고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업일수, 그로 인한 매출감소를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가 고려하지 않으면 사업과 삶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 됐다.
지난해 부산광역시 해운대와 광안리 지역의 개발사업을 위한 관련자들의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회의 도중 캐나다 변호사가 "한국에선 해변도시 개발사업에 해수면이 상승할 위험을 고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해 필자와 다른 참석자들이 놀란 일이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해안도시 개발사업에서 몇 년 안에 해수면 상승으로 그 지역이 침수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한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개발사업에 해수면 상승이나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지만 해수면이 상승할 위험이 닥치면 계절적 환경변화로 뒤통수를 맞은 골프장보다 훨씬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인구와 주변 환경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중요한 요소로 포함해야 한다. 또한 개발행위나 건축단계에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냉난방설비 없이 거주하는 친환경주택)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의무적 비율을 할당하는 등의 노력을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화석연료 감소계획과 더불어 탄소배출권 확보도 이미 선진국들은 당면한 문제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더이상 뒤로 미뤄둘 수 없는 문제고 누가 먼저 알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먼저 대비하고 실행했는지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소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RWA(Real World Asset)거래소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과 탄소배출권이란 미래지향적인 가치가 만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기후변화는 걱정할 요소만은 아닐 것이다. 잘 대비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면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