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미국경제학회(AEA)의 2025년 연례총회에서 '합리적 기대에 대한 합리적 태도(Being Rational about Rational Expectations)'라는 주제로 에미 나카무라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왜 세계 최고 석학들의 미래 예측이 계속해서 빗나가는가에 대한 자성이 담긴 내용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금리는 급격히 하락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자 경제 전문가들은 곧 금리가 상승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리는 예상과는 달리 0%에 가까운 수준을 오랜 기간 유지했다. 또한 1980년대 초반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급격히 인하해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했다. 그때도 학계와 월가는 금리가 곧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금리는 훨씬 더 오랜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러한 반복적 오류가 현재의 독특한 상황보다는 과거 사례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로, 전문가들은 과거 경기 침체 시기에 금리가 단기적 충격, 즉 급격한 변화를 겪은 후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던 경험에 기반하여 판단했기 때문이라 했다. 단순히 과거에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경제는 정답이 있는 수학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과가 나타나는 그야말로 복잡계(Complex System)다. 사회과학 연구에서 활용되는 라틴어 '세트리스 파리부스(cetris paribus)'라는 말이 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뜻이다. 이론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세상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제 '블랙 스완'이 나타날지 모른다. 신냉전시대의 도래,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지진, 금융위기, 각종 재난재해 등 끊임없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한 경제학자나 경제연구소라도 부동산, 주식, 환율, 금리, 무역, 국내외 경제 성장률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였던 고든 올포트는 '편견(원제: The Nature of Prejudice)'이라는 저서에서 인류 역사에서 편견이 없던 시대는 없었으며, 편견의 지배를 받게 되면 모든 문제를 흑백 논리로 판단하고, 해결책이 필요하면 과거에 검증된 습관에만 매달린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사안을 단순히 몇 가지 형태로 '유형화'하여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브라운대 심리학과 스티븐 슬로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지식 착각' 속에 살고 있으나 실제로 인간은 생각보다 무지하고, 특히 개개인의 지식은 보잘것없다고 했다. 그냥 익숙하거나, 주변에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마치 자신도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그의 저서 '지식의 착각(원제: The Knowledge Illusion)'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예일대 심리학과 레오니드 로젠블릿 교수는 지식 착각을 연구하여 '설명 깊이의 착각 (Illusion of Explanatory Depth)'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설명 깊이의 착각은 어떤 것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막상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실제로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스스로 놀라게 된다는 일종의 인지 편향이다. 예를 들어 무지개는 왜 생길까, 왜 맑은 날이 흐린 날보다 더 추울까, 헬리콥터는 어떻게 날까, 화장실 변기는 어떻게 작동될까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현상이나 원리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처음에는 쉽게 답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일대 심리학과 프랭크 케일 교수는 '인터넷이 어떻게 지식 착각을 강화할까(How the Internet inflates estimates of internal knowledge)'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정보를 자신의 지식이라 여기며, 스스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굉장히 해박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들고 사는 오늘날의 우리는 지식 착각에 훨씬 더 깊게 빠져 있을 수 있다.
코넬대 심리학 교수인 데이빗 더닝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논리, 문법, 유머감각, 정치, 생물학, 물리학,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개념과 원리를 테스트한 후 자신의 점수를 매겨보도록 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뛰어난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는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게 돼서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력이 없고 무지할수록 자신감이 더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을 능력으로 착각해서 '환영적 우월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항상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한다는 것이다. 더닝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 명명했다.
미시간대 심리학과 마이클 홀 교수는 더닝 크루거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를 '강력한 자기 확신은 탁월한 지식에 기반한 것일까?(원제: Is belief superiority justified by superior knowledge?)'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자신의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실력이 뛰어나기보다는 자신의 지식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더닝 크루거 효과는 '메타인지의 부족'과 확증편향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MBA 애덤 그랜트 교수는 '싱크 어게인(원제; Think Again)'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요즘과 같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능력'도 지능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코넬대 경제학 교수인 토머스 소웰은 뛰어난 학벌의 전문가들이 보이는 더닝 크루거 효과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다. 특정 분야의 좁은 전문지식을 광범위하게 일반화하여, 자신도 잘 모르는 분야에도 쉽게 개입하여 부정확한 주장을 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화려한 경력이나 명성이 후광효과로 작용하여, 어설픈 주장에 대해서도 사회나 언론이 비판보다는 오히려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일상화돼서 사회적 비용이나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영국의 경제연구기관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절실한 시점이다.
세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지가 아니라 알고 있다는 착각이다. 매일같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어제의 지식이 오늘 쓸모없는 '무용지식'이 되는 세상이다. 대중 앞에 서기 전에 '과연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소위 전문가 스스로가 던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