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다른 수치가 보여주는 것

권다희 기자
2025.05.12 06:3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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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474테라와트시(TWh).

지난해 전세계 태양광 발전량 증가율과 양이다. 비율·절대량 모두 모든 전력원 가운데 가장 많이 늘어났다. 영국 소재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지난달 내놓은 2025년 전세계 보고서에서 태양광 발전을 "전세계 에너지 전환의 엔진"이라 부른 이유다. 한해 전 보고서에 이어 올해 보고서도 태양광이 핵심 주제다.

태양광 발전량은 비용 하락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누적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제조 비용이 떨어지는 라이트의 법칙을 입증했다. 2022년 이후에만 태양광 모듈 가격이 67% 하락했다. 남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스토리지 비용도 떨어졌다. 다른 발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치 기간이 짧아 시공에도 돈이 덜 들어간다. 전세계 태양광 발전량이 100TWh에서 1000TWh로 늘어나는데 8년이 걸렸는데, 1000TWh에서 2000TWh로 늘어나는 데 고작 3년(2021~2024년)이 소요된 배경이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량(2131TWh)은 인구 14억 인도의 전력 생산량 보다 많다.

저렴하면서 수입할 필요 없는 데다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는 이 에너지는 전세계의 호응을 얻었다. 엠버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태양광 발전량은 지난 2년간 60% 늘어났다. 2023년 37%에 이어 지난해 43% 늘어난 중국의 영향이 컸다. 브라질(2023년 71%, 2024년 45%) 같은 국가도 평균을 올렸다. 이미 절대양이 많았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증가율(2023년 15%, 2024년 19%)도 두자리수다.

그런 가운데 한국은 주요국 중 최근 거의 유일하게 태양광 발전 증가가 주춤했던 국가다. 지난해 11% 늘었지만 2023년에 4% 감소해 지난 2년간 6.5% 늘었다. 찾아보기 어려운 한자리 수 증가율이다. 한국은 국토가 작아 태양광을 설치하기 어렵다 하기엔 경상도 크기의 대만이 지난 2년간 태양광을 40% 늘린 사례가 있다. 원전 강국 프랑스에서도 지난 2년간 태양광 발전이 20% 증가했다. 한국보다 결코 일사량이 좋다고 하기 어려운 영국도 2년간 태양광 발전량을 17% 늘렸다. 한국의 태양광 발전 절대량이 이 국가들보다 이미 많은 수준이라 하기엔 한국보다 태양광 발전량이 3배쯤 많았던 일본이 2년간 또 12%를 늘린 예가 있다. 한국이 전세계 추세에서 벗어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엠버는 올해 보고서에서 태양광 발전의 성장배경으로 비용의 급격한 감소, 정책 지원 환경, 기술 효율성 향상, 제조능력 증가를 꼽았다. 이 중 결국 국가별 차이를 가른 건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정책이 뒷받침 못하면 기술 발전에 따른 비용하락도 시장에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한 재생에너지 개발사 관계자는 "기술적인 차원의 태양광 발전 비용은 하락했지만 이제 한국에선 부지 값이 뛰고 있다"고 했다. 수요는 많지만 지자체의 자의적인 이격거리 규제 등 느슨한 정책이 다른 국가 보다 더 비싸고 부족한 태양광 발전을 불러온다. 이 부담은 당장 재생에너지 조달이 시급한 한국 기업들을 포함한 수요자의 몫이다.

권다희 산업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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