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무너지는 코스피5000 기대

김은령 기자
2025.08.11 04:30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어느 바보가 국장(국내주식)을 하겠냐."

코스피 지수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증시 랠리의 기반이 됐던 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과 이를 정비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여당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이다.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자 하루 만에 코스피지수가 125포인트 급락했다. 반발 여론에 재검토에 나섰지만 시장은 이미 정부와 여당의 증시 부양 의지에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낮춰 제시하면서 그 이유로 한국의 세제 개편안을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춘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주식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해당 계좌는 명의자가 이 의원의 보좌관이었으며, 네이버(NAVER), 카카오페이, LG CNS 등의 종목이 담겨 있었다. 정부는 '독자 AI(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기업으로 5개 기업을 발표했는데, 이 의원이 거래한 계좌에 있던 네이버, LG CNS가 선정됐다. 이 의원이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공개 정보를 주식투자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는 것은 합리적이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이해 충돌 문제,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취임 후 첫 현장 정책 행보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불공정거래 행위 엄벌 의지를 천명했다. 정부당국과 한국거래소도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출범하는 등 "주가 조작범은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점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와중에 국정위에 참가하는 여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불공정거래 의심을 받는 행위를 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주식투자를 부동산투자의 대안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정책이 일관성 있고 지속되게 추진될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 정권 초부터 불거진 어설픈 정책 행보와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공든 탑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향후 추진할 다른 정책들에 대한 일관성과 지속성도 의구심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그나마 당정이 여론을 반영해 대주주 기준 변경 계획 철회를 검토하고 여당이 이 의원을 신속하게 당에서 제명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코스피가 3년5개월여 만에 다시 3000피 시대를 연 것은 기업의 실적이 좋아서도 아니고 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좋아서도 아니라 바로 정책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의 주가 급락은 코스피가 '도로 박스피'로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털어내고 국장이 믿음직한 국민의 자산 증식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천금같은 순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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