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벅스 '탱크데이'가 남긴 교훈

차현아 기자
2026.05.27 05:00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6.05.26.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그 정도의 브랜드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 줄은 몰랐죠."

최근 식음료·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터져 나오는 공통적인 탄식이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누가 봐도 논란이 될 법한 문구를 스타벅스 정도의 브랜드가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업계 내부에서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논란은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정치권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결국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대국민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5대 5 합작법인으로 출발한 한국 스타벅스는 2021년 미국 스타벅스의 지분매각으로 이마트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신세계그룹에 완전히 편입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정 회장의 2022년 '멸공' 발언으로 호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그 어떤 기업보다 세밀하게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그 수많은 마케팅 기획 과정에서 이 부분을 공백으로 둔 것은 큰 패착이다.

신세계그룹은 조사결과 결제 라인 일부에서 문제가 된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고의성이 없었다는 말 뿐이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문제를 인정하고도 해법을 내놓지 않은 사과는 봉합의 수단일뿐이다. 오히려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만 키운다. 이 브랜드의 리스크 검토 체계가 왜 이토록 무력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태도까지 함께 소비한다. 소비자들이 아픈 역사를 조롱하는 마케팅으로 안일한 역사 인식을 드러낸 스타벅스에 불매운동으로 대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사과가 여론의 분노를 누그러뜨릴지 몰라도 브랜드 이미지에 새겨진 깊은 상처까지 지워낼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전반의 마케팅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한 뒤 내부 통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30년 가까이 쌓아온 대한민국 1위 커피 브랜드의 명성과 국내 대표 유통기업의 이미지는 매출 성과나 마케팅이 아닌 위기를 다루는 성숙한 태도로 증명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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