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교과서?…"한국사 국정화 본질은 친일·독재의 미화"

최민지 기자
2015.10.12 10:37

정부 국정화 강행에 교사·시민단체 등 반발

한국청년연대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에서 정부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가 임박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진보 교육단체, 역사 학자, 교사들은 "교과서가 단일화되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친일·독재 등이 미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12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필두로 한 기자회견을 열고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고시'를 행정예고 할 예정이다.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 정권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6개 단체가 연합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12일 오전 10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뉴욕타임즈 사설을 인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와 비슷한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설에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제국 장교를 했고 1962년부터 79년까지 남한의 ‘군사독재자’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외국 언론 역시 친일-독재의 미화 내지 은폐가 국정제로 전환의 본질이라고 간파하고 있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공론을 무시하고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강행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검정 교과서를 집필한 교사들도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자 협의회(한필협)는 전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역사교육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과 미래 세대의 창의력 신장을 가로막는 반교육적, 근시안적 역사 교육 정책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여당이 현행 검정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폄하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2011년판 교과서를 두고는 "북한 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며 강한 어조로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한필협은 "한쪽으로 치우친 교과서는 현행 검정 제도에서도 불합격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쓸 수 없다"며 "현행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및 역사 교육자들에게 행해지는 한국사 교과서에 관한 사실 왜곡과 편파적인 폄하행위를 일체 중단하라"고 말했다.

학부모, 시민단체, 연구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각계 각층의 반대 목소리는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가 12일 청와대에 전달할 반대 선언문에 담길 예정이다.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가 지난달 부터 진행한 반대선언에는 교사 1만9116명, 서울대 등 전국 대학 역사학과 교수 및 연구자 2648명, 학부모 2만9957명, 독립운동가 후손 12명, 전국 14개 지역 교육감 등 1187개 단체 6만8428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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