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테크(정보기술 대기업)가 AI(인공지능) 투자 경쟁 심화로 심각한 현금 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란 경고가 나왔다. AI 투자로 얻는 현금보다 쓰는 돈이 많아지는 구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으로, AI가 빅테크에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데이터를 인용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메타), 오라클 등 미국 5대 빅테크가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2027년 심각한 현금 적자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 빅테크 중 AI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 5대 기업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올해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줄어들고, 내년에는 5대 기업 합산 기준 마이너스(-) 1250억달러(약 178조8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에서 사업을 유지·확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과 투자금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남는 '순수 현금'으로, 기업의 투자 여력과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은 불과 며칠 만에 악화했다고 WP는 짚었다. 아마존이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 투자를 추가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회사의 현금 유출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구글과 함께 최근 3개월 동안 미국 주요 상장기업 중 가장 많은 현금을 소진한 기업이기도 하다.

4일 미국 주식시장 종료 이후 상장 후 첫 실적 발표에 나서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 역시 AI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기업으로 아마존·구글보다 더 큰 현금 유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실리콘밸리의 AI 투자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기요금과 전자제품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촉발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짚었다. 또 시장 내 AI 거품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의 AI 투자 경쟁은 월가의 시각도 변화시켰다. CNBC는 "월가는 더 이상 자본지출(CAPEX) 증액 소식에 환호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그 투자(자본지출)가 잉여현금흐름을 갉아먹지 않으면서 실제 수입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간 시장이 빅테크가 자본지출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늘리는지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투자 규모보다 대규모 투자 이후에도 충분한 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있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달 29일 메타와 MS는 나란히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 발표에도 엇갈린 주가 흐름을 보였다. 메타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한 잉여현금흐름 감소 여파로 시간 외 거래에서 9~10% 폭락했다. 반면 MS는 AI 투자 확대에도 클라우드 사업 성장 등으로 현금 창출 능력을 인정받아 시간 외 거래에서 2%대 상승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