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서울 지하철 요금인상에 남은 숙제[우보세]

기성훈 기자
2023.07.31 03:5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생각하면 '150원 인상'이라도 다행입니다."

지난 12일 서울시의 물가대책위원회가 의결한 대중교통 요금 조정안에 대한 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발언이다. 다음 달부터 버스 요금이 300원, 10월부터는 지하철 요금 150원이 인상된다. 본래 시는 지난 4월 지하철과 버스 요금 모두 300원을 인상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공요금을 동결해 달란 정부 압박에 하반기로 연기했다.

이에 시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의 누적 적자에 지하철 요금에 대해 우선 200원으로 올해 올리고 내년에 100원을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시민 부담 완화를 위해 150원씩 두 차례로 나눠 인상하기로 했다. 정확한 내년 인상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시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인상하고 싶지만 총선 스케줄을 고려하면 상반기 중 추가 인상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시가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공사의 누적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지하철 1인당 운송 적자는 755원이다. 2020~2021년 1조원 안팎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공사는 지난해에도 64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기준 공사의 누적적자는 17조6808억원, 자본잠식률은 61.9%에 이른다.

다만 현재의 요금 수준으로 공사의 누적 적자 해소는 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다. 시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2025년까지 3162억원 운송적자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시도 다양한 형태로 공사에 대한 재정지원을 해 왔으나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말까지 공사채 누적 발행 규모도 3조5000억원으로 최대 발행한도의 90% 수준에 달했다.

세계 주요 도시보다 크게 낮은 수준인 요금 현실화율(운송원가 대비 요금 수준)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 인구는 줄고, 고령화로 무임이용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과거처럼 요금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의 법제화, 정부의 노인 무임수송 손실 지원은 요원하다. 요금인상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공사도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역 이름도 팔고 광고도 늘리지만 역부족이다.

'시너지 효과'를 주장하며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합병으로 탄생한 공사는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그 와중에 고비용 인력구조 문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 시와 공사가 추진하는 인력 조정안은 매년 노동조합의 반발로 없던 일이 돼왔다. 통합 이후 자산매각 역시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당 복합환승센터 부지 개발, 용산 4구역 보유자산 매각 등의 절차가 그나마 대규모 적자가 나고서야 시작됐다.

이번에도 시는 요금 인상안을 발표하며 인력 효율화, 비핵심 자산매각, 운영비 절감 등을 '다시' 약속했다. 지난 5월 취임한 백호 공사 사장도 "자산 매각, 업무 효율화 등을 통해 군살은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 누수를 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재정여건 확보를 위한 진정성 있는 '경영 혁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