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과 방송개혁 등 주요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이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우선하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는데, 여당이 자칫 엇박자를 보일 수 있는 행보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당이 총대를 멘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검찰개혁 4법' 공청회를 연 뒤 검찰개혁 4법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할 예정이다. 검찰개혁 4법은 △검찰청 폐지법 △공소청 설치법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국가수사위원회법 등이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낸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추석 전 처리'를 약속한 만큼 내달 2일 당 대표 선거 직후부터 입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생수석부대표는 이날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자사주 소각 의무 조항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이 자사주 매입 후 1년 안에 소각도록 한 것을 명문화한 법안이다. 대주주가 기업 또는 그룹 지배력 유지 등을 위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다.
또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전날 여당 주도로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수와 이사 추천 주체를 늘리는 '방송 3법'을 의결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안 중 상당수를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당초 민주당은 대선 승리 직후 이 같은 주요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려 했으나 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6월 임시국회 시작과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 재판중지법'과 '방송 3법' 등을 강행할 방침이었으나 이 대통령의 만류로 한 차례 추진 계획을 접은 것이다.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대신 국민의힘과 합의 처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7월 임시국회 들어 민주당이 속도전에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행보로 보이지만, 오히려 이 대통령을 위한 치밀한 역할 분담이란 것이 당 내부의 공통된 평가다.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이 대통령이 정책적 비전에 집중하고 다른 지도부가 주요 정치 현안에 쓴소리를 냈던 때와 유사한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이 통합의 메시지를 내며 주요 국정 현안에 집중할 때 민주당이 독주 비판을 무릅쓰고 주요 민생 법안을 처리함으로써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가 담겼단 것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거나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법안들"이라며 "대통령이 자신을 찍지 않은 국민들을 포용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들에 대해 직접 언급하긴 곤란하지 않겠나. 이를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속도감 있게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신임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출범 직후 몇몇 사안들에 대해 국민의힘 동의를 얻겠다며 협상 공전을 거듭했는데 결론을 내놓고 진행하는 협상이 효과적일 수 있겠느냐"며 "'민주당 마음대로 한다'는 비판이 나옴과 동시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처리가 늦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이 대통령의 공약이자 당 대표 시절부터 힘을 주던 법안들에 대해선 국민의힘과의 소모적인 협상 대신 기꺼이 욕을 먹는 독주를 택한 것"이라며 "더구나 특검의 수사로 인해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어차피 크게 붙을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라도 줄여주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