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꾀하던 베네수엘라에 미국이 공습을 단행하면서 이 사태가 한중 관계에 끼칠 영향이 관심이 쏠린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에 양자택일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최근 '대만 문제'에 한국의 입장을 요구한 것처럼 앞으로 미국과 핵심 이익이 달린 갈등이 생길 때마다 공급망 등을 무기 삼아 한국에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단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저택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외부세력이 서반구에서 우리 국민을 약탈하고 우리를 반구 안으로 밀어 넣거나 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 아래에서 미국의 서반구 지배력은 다시는 의문스럽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동안 중남미에서 경제·인프라 투자와 무역 확대, 군사·외교 협력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 매년 베네수엘라의 원유 80% 이상을 구매하며 '반미 연대'를 강화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총 6700자 분량으로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에서 영향력을 늘리는 정책 문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5일 NSS를 발표하면서 중남미 지역이 포함된 서반구 장악력을 확대하겠단 의지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이 경제와 지정학적 가치가 크다며 대만해협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의 표현이다.
미중 사이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한국으로선 '외교적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5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년 첫 국빈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하지만 미중 갈등 상황에선 장기적으로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 압박 수위 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이 앞으로 한중관계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며 "과거 한중관계가 좋았던 것은 미국과 중국이 대결구도가 아니었고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중 경쟁 구도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한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전략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최근 자국의 사활적 이익이 달린 대만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한 것도 미중 사이에서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취지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으로서 대만해협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만 문제라는 '레드라인'을 넘어서 안 된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은 중국의 사활적 이익이 달린 대만 문제와 다르기 때문에 한중관계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베네수엘라 문제나 대만 문제 등과 같이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현안에 대해선 한국은 원론적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으로 남북 대화에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긴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북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압송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더욱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 것"이라며 "만약 중국의 협조가 이뤄진다면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시 미북 양자회담이나 미중북 3자회의가 성사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