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19일 경북 안동에서 4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 전쟁 대응책 등을 논의한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만큼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셔틀외교 일환으로 19~20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소인수 및 확대 회담, 공동언론발표, 만찬, 친교 일정 등을 소화한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이뤄진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회담) 의제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두 정상이) 국제 정세를 비롯해 상호 영향이나 관계 등을 충분히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의 만남은 지난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 일본 나라현에서 회담이 이뤄진 지 약 4개월 만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안동 방문으로 사상 첫 한일 정상 간 상호 고향 방문이 성사된다. 앞서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만났다. 나라현 회담과 이번 안동 회담을 합해 두 달에 한 번 꼴로 마주하는 셈이다.
이번 회담의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셔틀외교를 이어간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중동 전쟁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한일이 비슷한 입장에 있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나 에너지 수급 등의 대응책과 관련해 유의미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은 한국처럼 원유 수입에서 중동 의존도가 높고 유조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선박 호위 작전에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군사 작전 참여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법 규정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촉구하는 영국, 프랑스 등 주도의 성명에는 동참한 상태다.
북한 문제와 함께 미중 정상회담 이후 글로벌 정세에 대한 견해도 공유할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공감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오는 19~20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은 고향 안동을 찾는 다카이치 총리를 국빈에 준하는 예우로 맞이한다. 오는 19일 다카이치 총리를 태운 차량은 43명으로 구성된 전통 의장대와 29명의 군악대의 호위를 받아 회담장으로 이동한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장소인 호텔 입구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 영접한다.
지난 1월 이 대통령 부부가 일본 나라현을 찾았을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이 묵을 호텔 앞까지 나와 환영하는 등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환대) 외교'로 맞았다.
두 정상이 회담 후 나눌 만찬도 관심이다. 건배주로는 안동을 대표하는 전통주이자 역사가 깃든 '태사주' 활용 칵테일이 선정됐다. 태사주는 안동 종가의 가양주 제조법을 바탕으로 개발된 술로 태조 왕건의 고창(현재의 안동) 전투에 승리에 기여했다고 전해지는 고삼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술이다. 보리와 찹쌀, 고구마를 원료로 고삼주의 맛과 향을 재현했으며 단맛과 쓴맛의 조화가 특징이다.
나라현산 사케인 '이마니시주조미무로스기'도 함께 만찬주로 오른다. 준마이다이긴죠 사케로 은은한 단맛과 산미의 균형이 조화로운 것이 특징이다. 양국 정상의 고향을 대표하는 만찬주를 통해 화합과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한다는 의미다.
닭요리이자 안동찜닭의 원형으로 알려진 '전계아'도 나온다. 안동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올리던 특별한 닭요리로 다카이치 총리를 환대하는 마음을 담았다. 청와대 측은 안동한우로 만든 갈비구이와 안동 쌀밥, 신선로 등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청와대는 '군자는 벗을 맞이함에 있어 정성을 다한다'는 안동의 선비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전통 디저트인 전약(양갱의 일종)과 일본의 전통 디저트인 모찌를 한 접시에 내고 안동의 국화를 말린 꽃차도 후식으로 나올 예정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만찬은 락고재 '수운잡방 헤리티지 다이닝'의 김도은 종부(광산 김씨 설월당 15대 종부)와 국빈행사의 경험이 풍부한 웨스틴 조선이 협업해 안동 전통의 품격과 현대적 감각을 함께 녹여낼 예정"이라고 했다.
만찬 후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재일 한국계 피아니스트인 양방언의 피아노 연주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삼중주 공연을 함께 감상한다. 양 정상은 이후 하회마을 나루터로 이동해 다카이치 총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전통문화 '선유줄불놀이'와 '흩어지는 불꽃처럼' 판소리 공연도 함께 관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