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 대통령 왔다" 속도, 또 속도...주말도 반납, 관가도 '불야성'

박광범 기자, 오세중 기자, 김사무엘 기자, 이수현 기자, 강영훈 기자
2026.05.28 15:51

[라이브 국정 시대 : X와 국무회의로 본 이재명 정부 1년]⑧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달 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사상 첫 생중계 국무회의 시대를 열었고 X로 24시간 국민들과 소통했다. 지난 1년은 국민들이 24시간 국정에 로그인(log in)한 '일하는 대통령'과 라이브(Live)로 소통하면서 정책 효능감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생중계된 국무회의록 속 대통령의 발언과 대통령의 X를 분석해 지난 1년의 성과를 점검해 보고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국무회의록으로 살펴본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전'/그래픽=이지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압축하는 키워드는 단연 '속도'다. 과거와 달라진 국정운영 '시간표'에 공직사회는 쫓아가기 바쁜 1년을 보냈다. 주요 회의가 생중계되다보니 전 국민 앞에서 역량을 가감없이 증명해야 하는 공직자들은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며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공직사회 분위기는 둘로 나뉜다. '일 하는 대통령' 덕분에 정책 추진력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호평이 먼저 나온다. 이 대통령 특유의 구체적인 지시가 정책 결정까지 걸리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인다는 것이다.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속도전 지시가 이어지면서 부처 내부의 정책 발굴 동력이 흔들리고 있단 지적이다. 부처의 정책 자율성이 사라졌단 우려도 나온다.

28일 머니투데이가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록(2025년 6월5일~2026년 4월14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발언 중 속도주문형 문장은 132건으로, 전체 문장의 2.2%를 차지했다.

이 대통령의 속도전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해 6월5일 국무회의에서 산업통상부로부터 수출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보고 받으며 "우리가 수출 지역이나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최대한 빨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X)에서도 실시간 업무 확인과 주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직자의 한 시간은 5200만의 시간의 가치가 있다"며 전 국민의 한 시간을 합한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밤새워 하고 있다"고 말하자 "진짜 주말에도 밤새워 하고 있느냐"고 웃으며 묻기도 했다.

공직사회도 이 대통령의 시간표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이다. 정책 속도감이 빨라졌다는 긍정 평가가 나온다.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 A씨는 "과거 대통령들이 정치인의 성격이 뚜렷했다면 이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통령 역할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온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 B씨는 "이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부터 관가에선 '일벌레 대통령'이 왔단 걱정이 컸다"면서도 "속도감 있는 행정으로 몸은 좀 힘들었지만 국민들이 꿈에 그리던 코스피 8000피 돌파 등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른 공무원 C씨는 "과거에는 정책 발표 전날까지 A안과 B안을 놓고 고민했다"며 "지금은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로 정책 판단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부처 소속 D씨는 "과거 정부와 가장 큰 변화는 일처리 속도"라며 "예전에는 대통령 지시사항이 딱 한줄로만 전해져 어떤 맥락에서 무슨 이유로 내려온 건지 실무자 입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정부가 국민들이 원하는 속도에 발맞춰 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진 않다. 무엇보다 국무회의 운영 방식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공무원 E씨는 "'떨려서 국무회의를 못 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실무진의 긴장감이 크다"며 "국무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이 사실상 정책화되기 때문에 이후 재원 확보, 부처 협조, 시스템 마련 등을 속전속결로 진행해 3개월 만에 정책 착수 단계에 진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속도전 주문이 단기 현안 해결에는 주효할 수 있지만, 연금·노동·교육 등 긴 호흡이 필요한 구조개혁 과제에는 적절치 않단 지적도 있다. 중앙 부처 공무원 F씨는 "구조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라는 기조가 강한데 대통령이 계속 보고 있는 느낌이라 중간중간 작은 실적이라도 계속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부에선 지난 1년간 굵직한 과제를 너무 한꺼번에 진행한 것 아니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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