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정상' 헌재, 하루빨리 정상화 해야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7.10.11 05:21

[the L]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뉴스1

청와대가 당분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길게는 김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헌재의 '임시 선장' 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월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헌재소장 공백이 이미 8개월을 훌쩍 넘긴 터다. 지난달 뒤늦게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랐지만 표결 끝에 부결됐다.

어찌보면 헌재소장의 공백은 큰 문제가 아니다. 김 권한대행이 임시직이나마 소장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외국 기관과의 교류 등에서 의전상의 어려움이 있지만 치명적이진 않다. 진짜 문제는 헌법재판관의 공석이다. 헌재의 완전체인 '9인 체제'가 붕괴되고 '8인 체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정 변호사가 '주식 재테크'에 발목 잡혀 중도 낙마한 결과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려면 6인 이상이 위헌이라고 판단해야 한다. 바로 위헌정족수다. 재판관 수가 8인 또는 사건 심리 최소 숫자인 7인이어도 위헌정족수는 줄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8인 체제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이유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간통죄를 예로 들어보자.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차례 재판이 있었다. 처음 세차례는 6대3, 6대3, 8대1로 합헌이 우세했다. 2008년 4대5로 처음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을 앞섰지만 숫자가 부족했다. 2015년이 돼서야 간통죄는 7대2로 위헌정족수가 채워지며 위헌으로 결정났다.

올 상반기 헌재에 접수된 사건만 1350건이다. 지난해엔 상·하반기를 합쳐 1951건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사건 접수가 급증했다. 이 가운데 헌법소원만 1027건에 달한다. 헌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이렇게 높아졌는데, 헌재는 여전히 불완전한 8인 체제다. 수많은 헌법소원들이 헌재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재판관 공백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정치권의 힘겨루기 탓에 국민들이 손해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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