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피투성이 여대생...달아난 성범죄자, 알리바이 조작만 급급 [뉴스속오늘]

이재윤 기자
2026.07.15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김모씨가 2022년 7월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2022년 7월 15일 새벽 3시 50분쯤 인천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여학생이 알몸의 모습으로 피를 흘리며 쓰려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은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학생은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고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만취한 20대, 동영상 켜고 성관계 동의 요구…결국 강제로

7월 14일 밤, 계절학기 시험을 마친 가해자 김모 씨(당시 20세)와 피해자 A씨(당시 19세)는 일행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15일 새벽 1시 22분쯤, 김씨는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A씨를 "바래다주겠다"며 일행과 헤어져 따로 이동했다. 이후 김씨는 A씨를 부축해 인하대 용현캠퍼스 내 단과대 강의동으로 들어갔고,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하려는 듯 조명이 닿지 않는 2층과 3층 사이 중간 계단으로 피해자를 끌고 갔다.

김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동영상 기능을 켠 뒤 인사불성이 된 피해자에게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대답을 얻기 위해 수차례 유도 질문을 던졌다. 이어 계단 바닥에 피해자를 눕히고 옷을 모두 벗긴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새벽 2시 13분쯤, A씨가 3층 창틀에서 8m 아래 아스팔트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추락 사고는 A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됐다.

추락 직후 김씨는기만적이고 냉혹한 태도를 보였다. 떨어진 A씨를 보고도 김씨는 119에 신고하는 등 최소한의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는 범행 현장에 자신의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남겨둔 채, 피해자의 옷가지 일부와 신발만 챙겨 밖으로 나와 추락한 피해자 곁에 던져두고 도주했다.

건물 뒤쪽으로 가거나 건너편 건물을 한 바퀴 도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 김씨는 쓰러진 피해자를 잠시 바라보기도 했다.

도주 직후 김씨는 자취방에서 피해자의 가방에 있던 태블릿PC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야", "어디냐"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며 알리바이를 조작하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그 사이 홀로 방치된 A씨는 추락 후 1시간 반이 훌쩍 지난 새벽 3시 49분쯤 나체 상태로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미약한 '심정지 전 상태'였다.

2022년 7월 18일 사망한 여학생 A씨가 발견된 현장인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한 단과대학 건물 앞 추모공간에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법적 쟁점이 된 '살인의 고의성'…살인 의도 없지만 죄질 불량 징역 20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김씨의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발견하고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다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고, 강간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수사의 최대 핵심은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현장 실험과 다각적인 조사를 진행한 경찰은 피해자가 추락하기 전 위력에 의해 밀쳐졌거나 김씨가 고의로 밀었다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준강간치사'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김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강간살인죄'를 적용해 그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의식이 완전히 상실된 피해자를 지상 8m 높이의 창틀에 걸쳐놓고 성폭행을 시도한 것 자체가 사망을 초래한 원인이며, 이 과정에서 추락 사망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치사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던 김씨가 자신의 행동으로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측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살해할 뚜렷한 동기가 없으며 추락 결과를 용인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살인죄 무죄의 이유였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는 점을 명시하며 양형기준(11~14년)을 초과하는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검찰은 살인죄 입증을 위해, 가해자는 형량 감경을 위해 쌍방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며 기나긴 법정 싸움이 이어졌다. 2심과 3심 모두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살인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형량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한편 가해자 김씨가 소속된 인하대학교 측은 사건 발생 후 학생상벌위원회를 열어 그를 최종 퇴학(재입학 불허) 처리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김씨는 징역 20년 형을 마치고 2042년 7월 14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다.

인하대학교 공대 건물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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