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시바는 되고 하이닉스는 안되는 이유

오정은 기자
2017.10.19 16:11

최근 노무라 한국법인은 한국금융투자협회로부터 도시바 매각 딜이 끝날 때까지 SK하이닉스에 대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내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매각 인수 과정에서 노무라가 도시바의 주관사이기에 딜이나 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금투협의 자율규제 기능 가운데 조사분석 자료의 공표 제한에 해당된다. 증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의 M&A(인수합병)를 주선할 경우 그 회사와 상당한 이해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조사분석 자료를 낼 수 없다는 규제다. 이를테면 노무라가 도시바의 주관사인데 도시바에 대한 긍정적 보고서를 낸다면 매각 가격을 올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는 도시바의 실사를 맡았기 때문에 도시바의 내부 정보를 알게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노무라는 SK하이닉스의 주관사는 아니며 SK하이닉스의 내부정보를 알게 될 가능성도 없다. 즉 SK하이닉스는 매물이 아닌 매수자, 그것도 한미일 연합의 일부에 해당되는데 매물인 도시바의 주관사인 노무라가 SK하이닉스에 대한 조사분석 규제를 받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된다.

하지만 정작 노무라 일본법인 리서치는 딜이 진행 중인 가운데도 도시바에 관한 투자의견을 내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의 차이니즈월(기업내 정보교류 차단장치)과 리서치의 독립성을 신뢰하는 것이다.

금투협의 자율규제 규정은 인수합병 대상 법인과 상대법인까지도 함께 공표 제한하기로 돼 있다. 특정 증권사가 자문을 해주는 회사뿐 아니라 상대법인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같은 규제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과거에 문제 됐던 사례와 주식시장의 미성숙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직접 주관을 맡은 기업이 아닌 M&A 상대기업까지 조사분석 자료를 제한하는 것은 전 세계에 유례없는 규제라고 보고 있다. 노무라는 SK하이닉스 보고서 발간과 기업 평가를 중단했을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보고서에서도 SK하이닉스 이름을 빼야 했다.

다행히 금투협 관계자는 "조사분석 자료의 공포 제한 규제가 증시 사정을 반영해 다른 나라보다 엄격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도 규제 개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한국 주식시장의 성숙과 함께 리서치의 독립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자율' 규제 레벨도 시대 흐름에 맞춰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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