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50만대 전량 전면 교체’ 글로벌 휴대폰 사상 초유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빚어진 지 20여일이 흘렀다. 한국에선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배터리 문제가 해결된 새 제품으로의 교환 작업이 한창이다. 일부 매장에선 여전히 재고가 없어 교환에 애를 먹고는 있지만 어쨌든 속도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제조 혁신을 통해 하드웨어(HW) 사업에서 세계 일류화를 경험했던 삼성전자가 배터리 발화 이슈로 홍역을 치를 것으로 관측한 이는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기대만큼 삼성전자가 잃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조(兆) 단위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손실이다. 갤럭시노트7(국내 출고가 98만8900원)의 정확한 부품원가(BOM ·bill of materials)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갤럭시S7’ 32GB 모델의 BOM이 249.55달러(27만8497원, 시장조사기관 IHS)임을 감안할 경우 갤럭시노트7은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 S펜, 홍채인식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BOM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여기다 리콜에 따른 각종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기회 손실도 있다. ‘아이폰7’보다 한 달 앞서 출시한 덕분에 누릴 수 있었던 시장선점 효과는 물 건너갔다. 오히려 16일(미국 기준) 나온 아이폰7이 전작 대비 4배 정도 팔리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정말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걸까. 미국과 한국 정부의 소비자 사용중단 권고, 항공사들의 기내사용 금지 조치 등의 여파로 일정 부분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했지만 삼성전자의 신속하고 파격적인 자발적 리콜 조치는 되레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품질 문제 발생시 소비자 보호조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소비자들에게도 브랜드 선택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리콜 과정에서 신제품 교환이 환불 수요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갤럭시노트7의 ‘재등판’ 일정은 28일로 잡혔다. 삼성전자의 이번 리콜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정말 움직였는지를 확인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