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위법판결에 따른 압박카드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나서면서 국내 디지털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다. 미국 빅테크(대형 IT기업)를 규제대상으로 삼을 경우 미 정부가 자국산업을 차별한다며 보복관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주장과 달리 쟁점이 되는 규제 대부분이 국내외 사업자를 포괄하는 만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 착수한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다른 나라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불공정무역을 할 경우 미 정부가 관세부과·수입제한 등 보복조치를 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USTR는 조사대상으로 '미국 기업 및 디지털상품에 대한 차별'을 콕 집으며 "관세는 부과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망이용대가 공정화법, 고정밀지도 반출불허 등을 디지털 규제장벽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법 301조 조사가 본격화되면 미 정부가 디지털 규제를 빌미 삼아 한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수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규제조치가 좌초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허위조작정보근절법 시행령'도 USTR 사정권에 들 수 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이 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포시 손해액의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구글·메타 등 대규모 플랫폼사업자의 관리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미국 온라인 플랫폼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방미통위 출범시 이후 첫 과제로 꼽히는 구글·애플 인앱결제 규제도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방송통신위원회(현 방미통위)는 구글·애플이 모바일 콘텐츠기업에 인앱결제를 강제한 것이 위법하다며 총 68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확정했는데 잇단 위원회 파행으로 실제 부과하진 못했다. 트럼프행정부에서 관세카드를 쥔 만큼 미국 기업에 막대한 과징금을 물리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대부분 국내외 사업자에 공통적용되는 규제인 만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전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는 "구글을 제외한 미 IT(정보기술)기업은 이미 국내 ISP(인터넷제공사업자)에 다양한 방식으로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 구글 지도반출 문제 역시 분단국가의 안보문제에 대해 미국도 공감하고 있어 절충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