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판정 후 95%가 핸들 잡는데…환자 10명 중 4명 "약 안 먹어!"

정심교 기자
2025.10.22 16:28

주사약 '레켐비', 뇌 손상·위축 부를 이상사례 늘어

※사진 속 인물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국내 치매환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치매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치매환자 상당수가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데다, 치매 주사약 '레켐비'의 안전성 논란까지 확산해서다. 심지어 치매환자 상당수가 진단 후에도 차를 직접 모는 것으로 알려져 공공 안전성까지 해칠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0세 이상 어르신(1413만2874명) 가운데 가운데 치매환자 수는 97만4780명(6.8%)이며, 경도(67.7%), 중등도(29.5%), 중증(2.8%) 순으로 많았다. 또 치매환자 수는 올해 100만명을 돌파하고, 2044년 2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치매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은 1년 내 '치매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백병원 신경과 이영건 교수 연구팀이 2018~202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치매환자 50만8958명의 건강보험 진료 기록을 분석했더니 치매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44%가 1년 이내 복용을 중단했다. 심지어 30%는 1년은커녕 90일 이내에 약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치료제는 주로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 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와 메만틴 계열의 NMDA 수용체 차단제로, 이들 약은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목적을 둔다. 이 때문에 복약 지속 여부는 치매환자의 증상 악화 속도와 직결된다. 이영건 교수는 "치매 진단 후 초기 3개월간 전문의 진료와 보호자의 관심이 복약 순응도를 결정짓는다"며 "환자가 복약을 중단하면 인지기능 저하가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켐비

먹는 치매약을 얼마나 잘 챙겨 먹느냐가 환자 개인의 의지와 직결된다면 치매 주사약은 환자 대다수가 보호자와 동행해, 약물 투여를 세심히 챙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매 주사약인 '레켐비주(레카네맙)'가 시판 후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잇따른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레켐비는 지난해 5월 식약처 허가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상사례가 135건(2024년 8~12월 12건, 올해 1~6월 123건)이나 보고됐다. 그중 중대 이상 사례는 12건(9%)에 달했다. 주요 이상사례는 △뇌 부종 △뇌 미세출혈 △삼출(뇌 주변에 비정상적으로 액체가 고이는 증상) △헤모시데린(혈액 속 철분이 분해되어 조직에 쌓인 색소) 침착 등으로 집계됐다. 이런 이상사례는 장기적으로 뇌 손상·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임상시험 단계에서 레켐비 투여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되고, 시판 후에도 추가 사망이 3건 발생했다. 전 의원은 "식약처는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상태에서 '레켐비'를 허가했고, 시판 후 중대 이상 부작용 사례가 발생해왔다"며 "식약처는 안전성 검증과 시판 후 조사를 서둘러 부작용을 줄일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치매환자 95% 이상이 운전면허를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도 초기 치매를 앓던 74세 운전자 A 씨가 면허를 유지하다가 낸 인명 사고였다는 점에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 판정으로 운전적성판정위원회 심의를 받은 1235명 가운데 단 58명(4.7%)만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779명(63.1%)은 '운전 가능' 판정을, 398명(32.2%)은 유예 처분을 받아 사실상 면허를 유지했다. 이는 검사 대상자의 95% 이상이 면허를 계속 갖고 있다는 뜻이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95.1%, 93.5%의 환자들이 면허를 이어갔다.

지난해 운전면허 적성판정 대상으로 분류된 치매 환자는 총 1만8568명. 이 가운데 1235명(6.7%)만이 진단서를 제출하고 수시 적성검사를 받았다. 8006명(43.1%)은 검사받지 않아 면허가 자동 취소됐고, 4988명(26.9%)은 사망 등으로 면허가 말소됐다. 나머지 4339명(23.3%)은 판정이 보류됐다. 결국 지난해 치매 환자 중 약 6.3%인 1177명이 면허를 유지한 셈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치매는 운전면허 결격 사유다. 장기 요양등급을 받거나 6개월 이상 입원한 치매 환자는 건강보험공단이 경찰청에 통보하며, 경찰은 이들을 '운전 적성판정 대상자'로 지정한다. 1차 통보에 응하지 않으면 2차 기회가 주어지고, 최종 미응답 시 한 달 후 면허가 취소된다. 진단서를 제출하면 도로교통공단 운전적성판정위원회가 수시 적성검사를 진행한다. 진단서, 자기 질환 기술서,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7명의 위원이 과반 찬성 시 운전 허가하며, 유예 판정자는 1년 후 재검사받는다.

서명옥 의원은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치매 환자 운전면허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계·보건복지부 등 전문가들과 관계 부처가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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