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필두로 의료개혁 추진을 본격화한 가운데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어 의정 간 대립 구도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과대학 증원, 지역의사제, 주치의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있는 정책 대부분에 대해 의사집단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자체 의사인력 중장기 추계에 들어간 상태로 이달 중 추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선 인력 추계 당시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의사 생산성 변화, 비대면 진료, 고령화 등 약 10개의 요소만 변수로 적용했는데 의협은 이보다 확대된 가짓수의 변수를 적용해 별도 추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계위는 지난 30일 제12차 회의를 통해 기초모형 기준 추계 결과 △2035년엔 총 1535∼4923명 △2040년엔 5704∼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연도를 2035년으로 좁히면 최대치 의사 부족분(4923명)을 해소하기 위해선 매년 약 500명이, 2040년으로 보면 매년 최대 700명대(최대치 1만1136명 기준)의 증원이 필요한 셈이다. 다만 향후 몇년도까지 고려해 의대 양성 규모를 결정할지에 대해선 이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의협은 추계위 결과에 대해 "의사가 부족하단 정치적 논쟁점을 검증함에 급급해 의대 교육 여건과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도출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협 내부에선 협회 자체 추계 결괏값이 추계위의 결론과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 비율이 6%(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 참고, 보건의료 직종 전체 생산성)에 불과하단 추계위 결론에 위원들마저도 견해차가 컸던 만큼, 의협 추계에선 이 비율이 낮게는 20% 높게는 50% 이상까지 반영될 수 있단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대부분의 전공의가 수련 병원으로 복귀하면서 의정 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새 정부 역시 의료계와 타협점을 찾기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는 지역의사제와 주치의제 등 주요 보건의료 국정 과제에 대한 구체화 작업을 새해부터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의정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하위법령 등 구체화 작업이 예정된 지역의사제의 경우 이미 의료 현장에선 "실패할 정책"이란 날 선 반응까지 나온다. 지역 병원에서 수련 중인 한 전공의는 본지 통화에서 "어떤 의사를 어느 지역에, 얼마큼의 규모로 배치할지 논의조차 없이 일단 도입하자는 식"이라며 "필수의료 진료가 지역마다 어느 정도로 지연되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제도 적용부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형 다학제 팀 기반 주치의와 한의 주치의 시범 모델 역시 오는 상반기 중 세부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치의제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과 한의 주치의 도입을 둘러싼 양·한방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단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달 출범을 본격화한 의료혁신위원회와 함께 이른 시일 내 '(가칭)지역의사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의료계와 현안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대해 다양한 쟁점과 일부 갈등 요인이 있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시행해 나갈지에 대해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필요한 재정 지원과 제도 설계에 대한 부분은 지역·필수·공공의료 로드맵에 담고 혁신위 등 논의기구에서 세부적으로 협의하며 이견을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