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 흐름이 글로벌 경쟁 판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임상 3상 면제와 허가 기간 단축에 따라 중국·인도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속에서 경쟁의 핵심이 가격·속도에서 품질 신뢰도로 이동, 글로벌 허가와 생산 경험을 축적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선도 업체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40일 내로 단축하기 위한 세부 지침을 다음달부터 시행한다. 지난달 캐나다가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을 면제하기로 한 데 따른 또 하나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다.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상위 매출 품목들의 특허 만료 시기 도래에 따른 업계 대응과 국가별 의료재정 절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해법이 만나는 지점이 바이오시밀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역시 최근 수년간 시밀러 개발 및 허가 절차 간소화를 지속 추진하며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낮아진 진입 장벽에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빠른 개발 속도를 앞세운 중국과 복제약 강국으로 꼽히는 인도가 대표적이다. 두 국가 모두 바이오시밀러 핵심 경쟁 요소로 꼽혀온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사 대비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오히려 주도권을 쥔 국내사들에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상 부담 완화와 허가 간소화가 확산될수록 후발주자 역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만, 결국 장기간 글로벌 허가 경험과 생산·품질 관리 역량이 경쟁 우위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는 이를 바이오시밀러 CMC(제조·품질관리) 경쟁력 중요도 확대 국면으로 해석한다. 세포주 개발과 배양·정제 공정, 불순물 및 안정성 분석, 제조 일관성 관리, 글로벌 규제 대응 능력 등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가격이 낮은 제품보다 장기간 품질을 유지하며 글로벌 공급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해당 측면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허가 반복 과정으로 축적한 데이터와 생산 일관성 관리력은 쉽게 좁히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꼽힌다.
2013년 '램시마'로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획득한 셀트리온은 업계에서 드문 '개발-생산-직판' 통합 구조를 구축했다. 램시마와 트룩시마, 허쥬마 등 주요 제품의 개발부터 자체 생산, 글로벌 판매망 운영 경험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특히 유럽 직접판매 체제 구축과 미국 시장 직판 확대를 통해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장기적 유통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사업 초기부터 미국과 유럽 동시 허가를 목표로 개발 전략을 구축하며 글로벌 수준 규제 대응 체계를 조기에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설립 이후 엔브렐과 휴미라, 허셉틴, 스텔라라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시밀러를 잇따라 상업화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설립 당시 지분을 보유했던 바이오젠과 협업 경험을 기반으로 축적한 동등성 분석과 PK·PD 설계 전략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상업화 경쟁력 격차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국가별 보험·약가 체계와 유통 구조가 상이한 바이오시밀러 시장 특성상 현지 맞춤형 판매 전략이 상업화 성공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미 주요 국가별 유력 유통 파트너와 판매망을 구축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후발주자 대비 시장 안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우 사보험사 목록 등재가 중요한데 가격과 효능 등 기본적인 조건은 물론 공급 안정성과 기업 인지도 등 신뢰도 역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며 "규제 완화가 후발 주자들의 신속한 개발과 허가까지는 이어질 수 있겠지만 상업적 성공까지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로 낮아진 진입 장벽 속 후기 임상 완수를 통한 차별화 기회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8년부터 주요국 특허 만료가 예정된 MSD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다. 발빠른 시장 진출을 노리는 후발주자들은 간소화된 절차에 맞춰 개발 속도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지만,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 3상 완수 의지를 밝힌 상태다.
임상 3상 면제 등 규제 완화로 허가 문턱 자체는 낮아질 수 있지만 오리지널과의 동등성을 두고 환자 처방을 고려하는 의료진 입장에선 추가 임상을 통해 근거를 강화한 품목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미 풍부한 개발 인프라를 보유한 기존 사업자들의 경우 규제 완화에 따라 보다 빠른 포트폴리오 확대 역시 가능해질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기존 플레이어들이 신규 주자들에 비해 개발 인프라나 노하우 측면에서 강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같은 규제 완화 조건이라면 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속도와 확장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며 "이는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