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규제심사 진행…"고시개정 발표 예정"
실효성에 의문도…"과열 잠재우려면 장기관리체계 필요"

비만치료제의 무분별한 처방 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해당 약물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의료계에선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단 지적과 함께 국가적 관리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비만·당뇨병 치료제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무분별한 처방과 온라인 불법 판매 등 반복되는 유통 문제에 대한 단속 수위를 높이겠단 취지다. 식약처 관계자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예정으로, 현재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를 진행 중"이라며 "심사 이후 고시 일부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가 있을 예정이다. 제출된 의견을 검토해 고시를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 시 제약사는 소비자가 오남용 우려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제품 포장재에 관련 문구를 기재해야 한다.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의사 처방전 없인 해당 약물을 판매할 수 없다. 의약분업 예외 지역은 의사 처방전 없이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곳으로, 의료기관과 약국이 실거리 1㎞ 이상 떨어져 있는 지역 등이 해당된다.
정부가 비만약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처방을 막기 위해서다. 일부 의원 중에선 환자의 체질량지수(BMI)와 관계없이 처방전을 내주거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등 GLP-1 약물에 레이저·지방분해 관리 등을 끼워 넣어 고가의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만약을 '박리다매' 식으로 판매 중인 일부 약국들은 일명 '성지'로 불리며 관련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다만 의료계에선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자체는 실효성이 미미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비수도권 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한 뒤 이를 받쳐줄 실질적 대책이 준비돼 있느냐가 의문"이라며 "실제 오남용 사례가 얼마나·어떻게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도 공개된 게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질병'으로 보는 관점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역시 정부 차원의 장기적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란 목소리가 이어진다. 미국의 경우 오는 7월부터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파트D' 수혜자(고령자·장애인)를 대상으로 일부 GLP-1 약물을 제공하는 단기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혜택 대상자는 월 50달러(약 7만원)에 비만약을 쓸 수 있다. 보험이 없을 경우 미국 내 GLP-1 치료제 약값은 1000달러(약 150만원)를 웃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만 대사 수술을 제외한 모든 비만 진료 영역이 비급여 시장에 머물러 환자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국회엔 총 3건의 '비만 관리법'이 최대 2년 가까이 계류 중으로 국가적 지원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사실상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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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한내분비학회 대정부정책특임이사(아주대병원 교수)는 "비만을 개인이 잘못해서 벌어진 문제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단 점이 큰 장벽"이라며 "과열된 (비만약)시장을 잠재우려면 급여화 논의를 비롯해 비만이란 질환을 정부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두고 속도감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