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중국은 신중한 태도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을 향해선 날선 비판보다는 이란 사태로 중동 지역이 '통제불능' 상태로 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단 입장에 주력한다. 이번 사태가 자국 원유수급에 미칠 영향, 대만·남중국해 통제권은 물론 곧 있을 미중 정상회담도 의식한 태도로 풀이된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즉각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하며 전쟁의 확산과 파급을 막고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양측은) 가능한 빨리 대화와 협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아울러 "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이 주권 국가를 공격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평화의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국제사회는 명확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어 세계가 '정글의 법칙'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시각을 대외에 알리는 관영 글로벌타임스 역시 논평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중동지역에 초래할 혼란을 우려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쟁의 향방은 인간이 깔끔하게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중동의 역사는 이를 반복적으로 증명해왔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더 넓은 중동 지역에 초래한 혼란은 훨씬 더 큰 비극적 격변의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같은 반응은 무엇보다 원유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에 기인한 것이라는게 전문가 분석이다. 프랑스 에너지·원자재 분석기관 클레르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약 13~14%가 이란산이다. 이란 사태로 봉쇄 가능성이 높아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비중은 4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에 전체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의 약 29%를 의존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이번 사태가 에너지 안보 문제와 직결될 수 있는 셈이다. 영국 에너지·원자재 분석기관 아르거스의 데이비드 파이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중국 정유사들은 이란산 저가 원유 등으로 이익을 봤는데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 마진 압박이 발생한다"며 "(이 압박을 통해)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대만과 남중국해 통제권을 둘러싼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중국의 핵심 고려사항일 수 있다. 이란 사태 장기화로 미국의 전략적 집중도가 중동으로 분산되면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강화가 국가 핵심이익인 중국에 나쁠 것이 없다. 미국도 대만·남중국해에서의 전략적 공백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이란 사태의 장기화는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때 이란과 중동에 대한 자국의 이해관계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이 같은 복잡한 역학관계를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계기다. 이에 중국은 최대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대화와 협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중국은 그의 사망 확인 약 14시간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이 추후 이란의 정권 교체를 실용적 시각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단 전망도 나온다. 차이나메드 프로젝트의 안드레아 기셀리 연구책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중국은 오히려 덜 급진적이고 이념성이 약한 이란 지도부를 환영할 수도 있다"며 "중국은 이런 사안에서 매우 실용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