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쿠웨이트 '에너지 다보스포럼' 줄줄이 불참…"위기 현실로"

정혜인 기자
2026.03.23 10:58

[미국-이란 전쟁] 세라위크, 23일부터 미 휴스턴서 개최…
"'기조연설 단골' 아람코 나세르 불참, 쿠웨이트 CEO 화상참석
"아람코, '산유량 절반 감소' 2019년 이후 최대 위기 직면"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최고경영자) /로이터=뉴스1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최고경영자)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업계의 '다보스포럼'인 세라위크(CERAWeek) 불참을 선언했다. 나세르 CEO의 이번 불참은 이란 전쟁으로 중동 걸프 산유국이 직면한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외신은 짚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나세르 CEO가 23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라위크 에너지 콘퍼런스 참석 계획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나세르 CEO는 이란 분쟁 여파로 사우디에 머문다.

세라위크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이 주최하는 에너지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로, 매년 고위급 정·재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망을 논의한다. 아람코를 10년 이상 이끌어온 나세르 CEO는 세라위크의 주요 기조연설자였다. 하지만 올해는 불참을 선언했고, 화상회의 등으로 원격 참석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나세르 CEO의 불참은 그가 이란 전쟁 관련 아람코가 직면한 과제가 얼마나 막중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나세르 CEO는 지난 10일 아람코 실적 발표에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이 지속되면 세계 석유 시장에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할 것이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람코는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산유국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이후 원유 생산, 수출 감소 등의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아람코는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하루 약 200만 배럴의 산유량을 줄었고, 호르무즈 해협 우회를 위해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시켜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에서 선적을 진행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인근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뉴스1

그러나 최근 얀부 항구 인근 정유시설에서 탄도미사일 요격과 드론 공격이 발생해 선적이 일시 중단됐고, 이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아람코와 미국 엑손모빌의 합작 정유시설인 삼레프(SAMREF)는 지난 19일 이스라엘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 대상으로 지목돼 드론 공격을 받았다.

로이터는 "아람코는 2019년 아브카이크·쿠라이스 시설 공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9년 9월14일 사우디 동부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에 있는 아람코 정유시설이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약 절반이 줄었고, 당시 이는 전 세계 산유량의 약 5% 수준으로 추정됐다.

한편 쿠웨이트 국영 석유공사(KPC)의 셰이크 나와프 알 사바 CEO도 올해 세라위크에 불참한다. 다만 일부 섹션에 화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도 이번 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UAE 국영 석유회사 아부다비석유회사(ADNOC)의 술탄 알 자베르 CEO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자베르 CEO는 지난해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위대하게) 구호를 인용해 "에너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때"라며 ADNOC의 국제 투자 부문 XRG를 통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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