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중국에 대한 개발금융 대출을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쟁력이 세계은행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대(對)중국 대출 중단 계획안은 이사회에 제출했고, 7월20일 주간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FT가 입수한 계획안 요약본에 따르면 세계은행의 대중국 대출은 2031년까지 총 20억달러(약 3조1008억원)를 넘지 않는다. 2031년 이후에는 대중국 대출이 종료되고, 중국은 세계은행의 차입국 지위를 잃게 된다.
세계은행은 1981년 6월 '과학 및 공학 고등교육 발전' 지원 목적으로 중국에 대한 2억달러 규모의 첫 대출을 승인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세계은행 그룹 내 저소득국 대상 대출 기구인 국제개발협회(IDA)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고, 1999년 이후 중국은 중소득국으로 분류됐다. FT에 따르면 중국 현재 세계은행 국제개발협회의 재원 기여국이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FT에 "이번 조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이번 협력 기간이 끝나면 중국은 세계은행 차입국 지위에서 졸업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은행과 같은 개발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준비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세계은행의 대출 규모가 2017년 24억달러에서 2025년 7억5000만달러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이 중국의 경제 성장력을 대출 중단으로 내세웠지만, FT는 이번 결정이 수년간 이어진 미국과 일부 회원국의 압박에 의한 것으로 봤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FT에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다자간 금융기관으로부터 원조받아서는 안 된다. 세계은행이 중국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치"라며 다른 국제금융기구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및 기타 유엔 산하 기구들을 언급했다.
한편 세계은행은 최근 폴란드에 대한 대출도 2031년까지 종료하기로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 프로그램이나 원자력 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대출은 예외를 둘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의 대출 종료 계획에는 이런 예외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