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로 규제에 업계 우려...택배기사 "소득 감소, 투잡 양산" 비판도

유엄식 기자
2026.08.25 15:12

근로시간 배송기사 월평균 수입 70만원 이상 감소 추정
이커머스 수요 확장 걸림돌, 소비자 불편 커질 수도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26.2.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배송기사들 사이에선 '소득감소법'이란 말이 나온다."

여권에서 새벽배송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주당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이 바뀌면 쿠팡, 컬리 등 새벽배송 비중이 높은 기업은 인력 충원과 배송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시에 근로시간 축소로 소득이 줄어든 현직 배송기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벽배송 근무시간을 일괄 제한하면 배송기사들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지난 7월 CJ대한통운·쿠팡·롯데·로젠·컬리 등 택배기사 755명(야간 217명, 주간 5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택배서비스 구조 및 업무환경 실태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업무시간은 약 9시간10분이며, 월평균 수입은 572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주 6일제 근무자 비중이 가장 높은 점을 고려하면 주당 약 55시간 근무하는 셈이다. 만약 주간 업무시간을 46시간으로 제한하고, 수입이 업무시간이 비례한다고 가정하면 월 약 94만원, 연간 약 1120만원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해당 보고서의 분석이다. 개정안을 반영해 주당 최대 48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월간 약 74만원, 연간 약 888만원의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업시간이 제한되면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기사들이 부업에 나서면서 전체 업무시간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벽배송 현장의 목소리는 일괄적인 근로시간 규제에 반대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10월 쿠팡 택배기사 1만여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야간 배송기사의 약 90%가 배송 작업시간 제한에 반대했다. 지난해 12월 한국노동경제학회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84%가 근로시간 규제 도입에 반대했고, 65%는 소득 감소에 따른 생계의 어려움을 걱정했다.

[서울=뉴시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일대에서 새벽배송 체험을 하고 있다. 이번 체험은 새벽배송 기사의 일상적인 업무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진행됐다. 앞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말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에 심야 배송 업무를 같이 해볼 것을 제안했고, 로저스 대표는 함께 배송하기로 약속했다. (사진=쿠팡 제공) 2026.03.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이번 법안이 쿠팡, 컬리 등 주요 이커머스뿐 아니라 새벽배송 확대 추세에 대비하는 대형 유통사들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네이버도 컬리와 손잡고 새벽배송 상품을 확대 중이고, 롯데마트도 부산에 자체 물류시설을 짓고 영남권에 새벽배송 '제타'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새벽배송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소비자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새벽배송 근로 제한 시 소비자가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비중이 높아져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교통 취약 지역 거주자 불편이 증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재료를 수급하는 소상공인 등의 피해도 우려된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 분석에 따르면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을 모두 금지하면 택배 주문량이 약 40% 감소하고 이에 따라 약 54조원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이커머스는 약 33조2000억원, 소상공인은 약 18조3000억원대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근로시간 제한 입법이 통과되면 사업 운영 전략이 바뀔 것"이라며 "배송기사의 건강권 보장이란 입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행 기준과 일정 등은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