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정권, 日관료주의에 '칼 댄다'

하토야마 정권, 日관료주의에 '칼 댄다'

이규창 기자
2009.09.01 11:45

새 정권 출범을 앞둔 일본 민주당이 최우선 과제인 '관료주의제' 개혁에 나섰다.

이른바 일본병(病)의 주요인인 '가스미가세키(관가) 권력'에 첫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자민당 일당 독재 체제는 '정(政)·관(官)·경(經)'이 담합하는 권력의 부패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가운데 엘리트주의의 산실인 관가는 과거 개발우선시대에는 일본 산업화의 1등 공신이었으나 이후 비대 '관료화'된 권력으로 오히려 국가발전을 가로막아왔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한 예로 각 부처 장관은 총리가 임명하는 정치인의 몫이지만 실제 모든 권력은 그 아래의 관료 출신 차관들이 쥐고 흔들어, 사실상 장관의 역할이 유명무실할 정도다.

민주당은 이 같은 관가 권력의 타파를 첫 과제로 삼고 선거운동 과정부터 '탈(脫) 관료정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새 정권의 '관가 개혁' 첫 발은 관료들이 자민당의 묵인 하에 나눠먹기 구태를 보였던 2010회계연도 예산안 개정 요구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관가 권력기반인 '예산안' 개혁…"전면 백지화"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지난 31일 아소 다로 정권에서 진행해왔던 2010년 예산안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눈을 피해 만들어진 예산안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재무성이 이날 마감한 각 부처의 개산 요구와 세제개정 요구안에는 공공사업과 농업보조금 확충 등 민주당이 반대하는 정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민주당은 이를 전면 백지화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재정규모를 나타내는 2010년 일반회계 총액은 당초보다 3조5800억엔 증가한 약 92조1300억엔으로 잠정 결정됐다. 관료들의 개산 요구로 예산안은 사상 처음으로 90조엔을 돌파했고 정책 경비인 일반세출은 52조6700억엔에 달한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 대표대행은 30일 각 부처에 추가 예산을 요구하는 개산 요청을 중지하라고 관가에 일침을 가했고,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도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하면 내용이 모두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도로건설→사회복지…예산안 손질

자민당 정권 때 만들어진 예산안에는 정·관계와 오랜 유착 관계인 건설업에 거액의 예산이 배정됐다. 국토교통성은 도로 예산을 16%나 늘렸고 공공사업 전체 예산도 21%나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농림수산성도 사료용 쌀과 보리 등을 생산하는 농가 보조사업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새 정권은 아이를 낳는 가정에 지급하는 '자녀 수당'이나 공립고등학교의 실질적인 무상 교육 등의 사회복지 예산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어, 대대적인 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당초 자민당의 안보다 예산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경기 회복세가 흔들릴 경우 2차 보정 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머리 숙인 관가…"정치 주도 존중"

압도적인 국민들의 지지로 정권을 탈환한 민주당이 서슬퍼런 자세로 개혁에 나서자, 관가는 일단 머리를 숙이고 있다.

31일 정부 각 부처 관료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신 정권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의 예산안 개편 요구 등에 대해 "외교는 정치가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며 관료는 실무가로서 준비하고 교섭을 하는 것"이라며 "정치가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관들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관료들의 협의체인 사무차관 회의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자, 우루마 이와오 관방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를 대신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전 집권했던 사회당 연정은 높은 관료주의 벽에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11개월만에 정권을 내줘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