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1955.29원 기록… "국제유가 탓, 최소 5월까진 오를 것"
#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박종우(가명, 37) 사무관은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몇 년 전 구입한 중고 자동차는 거의 주말에만 이용한다. 그는 지난 주말 한 달 여 만에 주유소에 들러 주유를 하고선 화들짝 놀랐다.
평소처럼 "가득이요"를 외쳤는데 카드 영수증에 10만500원이 찍힌 것. 한번 주유비로 10만 원이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2008년 여름 고유가 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 썩 했을 때도 이러진 않았다. 박 사무관은 "주유비가 10만 원이 넘어버리니까 휘발유 가격이 올랐다는 말을 실감했다"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차를 갖고 다닐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른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도 자가 운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리터당 2000원을 넘은지 오래다.
20일 유가정보공개 사이트인 오피넷(http://www.opinet.co.kr)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55.29원을 기록, 역대 최고 가격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리터당 1955.45원으로 전날보다 0.16원 오르고 있다.
전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5일 리터당 1901.83원을 나타내며 2008년7월29일(1902.25원) 이후 2년8개월 만에 1900원대에 올라선 이후 2주 동안 무려 리터당 53원 넘게 올랐다. 지난 17일 리터당 1951.28원을 기록, 기존 최고 가격인 리터당 1950.02원(2008년 7월16일)을 넘어선 뒤로 3일 연속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도 지난 10일 리터당 2000원을 넘은 이후 연일 고공행진이다. 19일에 리터당 2010.93원을 기록한 서울 휘발유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리터당 2027.79원도 넘어설 기세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종로구를 비롯한 15개 구가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넘었고, 리터당 2100원 이상 받는 주유소도 상당수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인 여의도 국회 앞 경일주유소는 리터당 2295원을 받고 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세전 휘발유 가격도 2년8개월 만에 리터당 900원을 넘었다. 3월 둘째 주 공급 가격은 리터당 928.01원으로 전주(880.81원)보다 리터당 47.2원 올랐는데, 이는 2008년 2008년 7월 넷째 주 리터당 919.08원 이후 처음으로 900원선을 넘은 것이다.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국제유가 탓이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국제시장에서 배럴당 110.11달러를 기록했다. 리비아 소요사태 등으로 중동 정정불안이 심해지자 연일 오름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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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국내 휘발유 가격은 두바이유 가격에 영향을 받는데, 짧게는 2∼3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지금 휘발유 가격이 2월 중순 이후의 국제유가란 얘기다. 당시는 중동의 정정불안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2월21일엔 두바이유가 2년6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 등 중동 불안에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석유 수요 급증 전망이 나오고 있어 국제유가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휘발유 가격도 최소 5월까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