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클리닉]불법채권추심의 유형과 대응방법, "휴대폰 기능 잘 알아야"
#자영업자 강모씨(56)는 대부업체의 '정중한' 빚 독촉 전화 한통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상대방은 욕설 한마디 없이 격식을 갖췄지만 전달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다음 주 큰딸 결혼식 때 오겠다는 것.
#회사원 김모씨(33)는 아침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 준비로 한창 바쁜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사채업자의 빚 독촉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요즘은 눈만 뜨면 불안하다.

물론 빚지지 않고 사는 게 최선이다. 대출을 받더라도 제때 갚으면 괜찮다. 하지만 살다보면 별의별 사정이 다 생기기 마련이다. 평소 불법채권추심의 유형과 대응방법을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소개하는 대표적 불법채권추심 유형들이다. 먼저 결혼식에 찾아와 빚 갚으라고 요구하면 불법이다. 실제 금감원에 접수된 사례 중에는 딸 결혼식 날 예식장에 찾아와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채무상환을 요구하며 계란을 던지고 이후 “둘째, 셋째 때도 보자”라고 협박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채권추심법 제12조 제1호는 '혼인, 장례 등 채무자가 채권추심에 응하기 곤란한 사정을 이용하여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채권 추심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채권추심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정해져있다. 밤 9시부터 아침 8시까지는 빚 독촉을 할 수 없다. 같은 법 제9조 제2호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오후 9시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에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함으로써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여 사생활 또는 업무의 평온을 심하게 해치는 행위'를 금지한다. 전화를 걸거나 말, 글, 음향, 영상, 물건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채권추심자가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아도 불법이다. 채무사실을 가족이나 회사 동료 등 제3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알려서도 안 된다. 채무자가 뻔히 어디 있는지를 알면서 괜히 주위사람에게 소재나 연락처를 묻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채무자 또는 채무자의 가족·친지 등에게 연락해 대위변제를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아들이 평생 취직도 안되고 빚쟁이로 살도록 내버려두실 건가요"라며 노부모가 대신 갚도록 유도하는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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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채무에 대해 갑자기 변제를 요구해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상법상 5년이 경과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등에 대해서는 추심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임을 알더라도 적절히 대응을 하지 않으면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금감원은 휴대폰 작동요령을 잘 익혀두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당국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휴대폰의 녹취, 촬영 기능이 증거확보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채권추심자와 통화내용을 녹취하고 불법적 방문이나 빚 독촉 행위는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해야 한다. 주위사람의 진술을 확보하거나 일지에 행위가 일어난 장소와 시간 등을 적어놓는 것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채권추심으로 피해를 당했거나 채권추심행위의 적정성 여부 등의 상담을 원할 경우 혼자 고민하지 말고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1332)를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