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지인에게 '돈봉투' 받아서 안된다?

공무원은 지인에게 '돈봉투' 받아서 안된다?

김태휘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
2011.06.13 07:30

[법과시장]

#공무원 A가 청사 휴게실에서 지인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곳에 있던 감찰공무원이 이를 목격하고 그 공무원을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 공무원은 진급을 앞두고 있었는데, 징계를 받게 되면 수년간 진급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 지인은 평소 호형호제하던 후배가 허리디스크로 수술할 때 병원에 가보지도 못해서 미안하던 차에 다른 일로 청사를 방문했다가 후배를 불러내 미안함을 돈으로 표시했을 뿐인데, 자신 때문에 후배에게 불이익이 생겼다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 공무원과 지인의 관계가 직무관련성이 없음은 소명되었다. 하지만 해당 부처는 돈을 받았다으니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공무원을 징계하려고 한다.

위 상황에서 공무원이 지인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됐건 돈봉투는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 공무원을 징계하는 것이 타당한가.

해당 부처는 그 공무원을 징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청렴의지를 보여주고 또한 다른 공무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공무원의 장래는 어찌 되는가. 그리고 평생 후배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할 그 지인은 어찌 되는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로 무조건 징계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뇌물죄의 구성요건에 '직무관련성'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한가.

사람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시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누군가를 돕지 않겠는가. 그래서 고위 공무원이 일가친척들만 초대하여 은밀히 자식의 결혼식을 치렀다는 것이 청렴의 본보기인 것으로 보도되는 기사가 못마땅하다. 그런 기사를 보면 내가 부도덕한 사람인 것 같아 싫다.

#회사원 B는 공무원의 배우자다. 고위공무원은 연말이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배우자 재산까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회사원은 공무원이 아닌 자신의 재산까지 정부가 그 형성과정을 파헤치려 드는 것이 못마땅하다.

마치 자신이 범죄자 취급당하는 것 같다며 불만이다. 이들 부부는 연말 재산공개를 하여야 할 때면 싸운다. 회사원의 배우자인 공무원은 차를 바꿔야 할 때가 지났지만, 차를 바꾸지 않고 있다. 새 차를 산 자금의 출처를 밝혀야 하니까.

누구나 그 형성과정을 밝히기 어려운 돈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돈이 모두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재산으로 형성된 돈의 출처를 다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의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돈이 모두 부정한 돈이라고 추정돼서는 안 된다. 위에서 공무원이 단지 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공무원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추정돼서는 안 되듯이.

필자는 대한민국의 대다수 공무원을 신뢰한다.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이 선량하다고 믿는 것과 같이. 누구든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듯이, 국민은 선량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죄를 지었다고 의심받는 사람의 재산에 대하여 압수, 수색하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은, 공무원의 배우자는 뭔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의심되고, 항상 감시당한다. 공무원도 국민임에도.

#공무원 시절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 문제로 돈을 받았다가 나중에 돌려준 사람, 공직자 재산 공개 때 이를 은닉한 사람이 장관후보자가 된다.

지인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고 이를 신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공무원, 10년째 차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 이래저래 순진한 공무원들만 불쌍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