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곳에 임하는 용기로 소외층에 법률서비스를"

"낮은곳에 임하는 용기로 소외층에 법률서비스를"

이태성 기자
2011.10.09 16:01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공익변호사모임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

2004년, '좋은 일을 해보겠다'며 4명의 연수원 동기들이 뭉쳤다. 이들이 세운 공익변호사모임 '공감'은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무료 변호'를 해주고 있다. 소라미(37) 변호사는 공감의 창립 멤버 중 한명이다.

"연수원 2년차, 취업에 대해 고민할 때였습니다. 보람 있는 일을 찾아 변호사를 지망했는데 막상 변호사들을 보니 이런 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때마침 공익활동만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같이 참여하게 됐죠."

소 변호사는 이주여성, 아동인권과 관련된 변호를 맡고 있다. 소 변호사는 "'낮은 곳에 임하는 용기로 소회된 희망을 되살린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수입은 적지만 이 일을 행복한 마음으로 하고있다"고 말했다.

◇인권적 관점에서 문제 해결을=소 변호사는 '고수를 찾아서'라는 인터뷰 주제에 손사래를 쳤다. 아직 고수가 되려면 멀었다는 것. 하지만 소 변호사는 이미 수십여명의 이주여성 변호를 맡았다. 소 변호사는 얼마 전 이주 여성과 결혼한 뒤 아이만 받아낸 '현대판 씨받이 사건' 변호를 맡아 승소해 화제가 됐다.

"20년차 한국인 부부가 불임을 이유로 이혼을 했습니다. 남자는 18살 베트남 여성과 재혼해 딸 둘을 낳았고 이 딸들은 전처에게 보내져 길러졌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대리모였던 거죠. 결국 소송을 통해 위자료와 아이들 면접권을 따냈습니다."

소 변호사는 "상대방 한국인 남성은 결국 사과 한마디 안했다"며 "이주 여성들은 언어적으로나 법적, 인적으로 아무런 지지기반이 없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 이는 법적으로 구제된 사례"라며 "이주 여성의 경우 현행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주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자가 이혼 뒤 딸을 학대했습니다. 결국 이 딸은 어머니 쪽으로 도망을 왔습니다. 딸을 키우기 위해 이 여성은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딸의 친권자가 아버지 쪽에 있어 현행법상 취업비자 발급이 불가능한 상황. 이처럼 안타깝지만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습니다."

소 변호사는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인권적인 관점에서 항상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한다"며 "이 여성에 대한 상담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이 자리 잡기까지=소 변호사는 '공익변호사'라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모델을 만들어 내는데도 성공했다.

공감 소속 변호사들은 수임료를 받지 않는 대신 기부금을 받아 활동한다. 국내 대형 로펌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한편 개인기부도 받고 있다. 공감의 활동이 소문나기 시작하면서 현재 개인기부자는 1200여명에 달한다.

기부자가 늘었지만 변호사들의 연봉은 2004년 그대로다. 소수자에 대한 무료 변호 요청이 늘어 변호사 수를 두배로 늘렸기 때문이다. 현재 공감은 변호사 8명에 직원, 인턴까지 적지 않은 가족을 꾸리고 있다.

"공감의 필요성이 커진다는건 여전히 우리 사회가 소수자, 이주 여성 등에게는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적은 연봉에 생활이 어려워 전세집을 전전하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에 희망이 되기 위해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감, 그 이후를 위해=사법연수원에서 이미 공감은 화제다. 소 변호사는 "후배들 중 공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지원자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 변호사는 "기부가 더 늘지 않는 이상 변호사를 추가로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익변호사 하겠다는 후배들을 보면 기특합니다. 그런데 공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원은 한계가 있으니까 미안함 마음도 있죠."

소 변호사는 후배들을 위해 '공감 이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모금 활동을 통해 제2, 제3의 공감을 설립하는 방법, 혹은 선배로써 공감의 자리를 비켜주는 방법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을 관둘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도 소 변호사는 웃었다. 소 변호사는 언제나 '낮은 곳에 임할 용기'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었다.

◇소라미 변호사는=△1974년 전북 익산 출생 △1997년 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 △2002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004년 연수원 33기 △2004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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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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