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살림살이 이야기]<6>불법추심, 고금리 대출에서 벗어나는 법

아버지가 실종됐다. 사채업자들이 밀려들었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소녀는 한 종교단체의 시설에 맡겨졌다. 거기서 착하게 웃는 청년을 만났다. 식당 집 아들이었다.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다. 소녀에겐 시어머니와 남편이 생겼다.
부부가 누워 잠들어 있던 어느 밤, 추심업자가 집으로 들어와 두 사람의 이불을 들췄다. 아버지의 빚을 갚으라며 식당에서 난동을 부렸다. 공포에 떠는 세 식구에게 그는 휴대전화를 들이댔다. "경찰 불러. 난 교도소가 편한 놈이야."
'화차(火車)'는 일본 전설에 나오는 지옥행 수레 이름이다.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린다. 올라타면 절대로 내릴 수 없다. 영화 '화차'에서 여주인공(김민희 분)은 불법 추심업자한테 끌려갔다가 '화차'에 오른다. 악인도, 선인도 아니었던 한 여자는 이때부터 지옥을 향해 달린다. 정말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사채로 괴롭다면 신고와 상담부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의 이민수 경제범죄수사계장은 "불법 채무를 쓰면 영화와 같은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며 "피해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불법 채권 추심에 대한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 계장은 "불법 사채를 쓰는 사람들은 대개 제도권 금융사들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 자신한테 돈을 빌려준 대부업자에 대해 처음엔 고맙게 느낀다"고 전했다. 높은 이자로 고통을 받은 후에라야 자신이 피해자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사채 피해자를 주변에 본다면 신고부터 하게 해야 한다. 이 계장은 "고리사채 피해자들이 보통은 보복이 두려워서 혹은 급전을 다시 빌리게 될 때를 생각해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불법 채권추심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고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법 추심행위는 신고하면 검거된다. 경찰은 지난해 폭행·협박 등 불법채권추심 행위를 특별 단속해 154건을 적발하고 254명을 검거했다. 범죄신고 전화번호는 국번 없이 '11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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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8개 지방청에 금융범죄수사팀으로 62명을 구성했다. 사금융 수요가 많은 지역 경찰서에는 전담수사팀 편성해 운영한다. 이 계장은 "피해자 익명성을 보호하고 보복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전화·우편 등 비대면신고와 피해자·가해자 분리조사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추심 행위 총망라한 영화 '화차'=어떤 게 신고대상일까. 영화 '화차' 속으로 돌아가 보자. 추심업자는 여주인공을 야밤에 찾아왔다. 식당에서 난동을 부리며 제3자 즉 식당손님들이 채무사실을 알게 했다. 자해하면서 협박했다.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억지로 차용증에 도장을 찍게 했다. 불법 추심을 총망라한 행동이다.

현실에서 이런 짓을 했다면 당연히 신고대상이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고? '주먹'이 들어오면 '머리'를 쓰자. 증거가 필요하다. 음성 녹음, 영상 녹화는 신고 시 증거로 인정된다. 현장을 본 이웃이 증인으로 나서도 된다. 이자율이 법정 범위인 연 39%를 초과하는 것이 입증된다면 채권자는 경찰 수사를 받는다.
안민희 씨(가명, 30)는 2009년 5월, 한 대부업체한테 차용증을 써줬다. 유치원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암에 걸리면서 사업자금으로 받은 일수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자 대부업체는 안 씨에게 대신 갚을 것을 강요했다. 연 171.5%에 달하는 이자율이었다.
안 씨는 견디다 못해 2011년 3월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 상담을 청했다. 센터는 대부업법 위반 혐의 확인 후 관할 경찰서에 통보했다. 한 달 후, 대부업체 대표는 검찰에 기소 송치됐다.
◇"난 안 돼" 포기하면 문제 커져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는 전화번호가 국번 없이 1332다. 홈페이지(http://s119.fss.or.kr)에서는 온라인 제보를 받는다. 이 센터엔 금융감독원과 함께 경찰청,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가 참여한다. 사금융 피해상담부터 고금리대출의 '환승론'까지 원스톱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조성래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실장은 "금융당국이 다양한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을 잘 몰라서, 또는 쉽게 알게 된 잘못된 정보 때문에 불법 사금융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문자메시지, 인터넷, 생활정보지나 사설정보지에 실린 대부 광고는 위험하다. 불법사금융일 가능성이 높다.
조 실장은 "서민금융지원제도는 개인의 신용도, 재산 상태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해 신용등급 낮아도 이용할 수 있다"며 "상담처조차 찾지 않고 '난 안 돼'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상담을 많이 받아라"라고 조언했다.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2009년 '채권의 공정한 추심법'이 시행된 이후 불법 채권 추심 상담의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대출사기나 수수료 사기 비중이 늘고 있다"며 "불법 사금융 업체들도 법 강화 때문에 불법 추심보다는 사기를 치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화차'보다 현실은 덜 가혹하다. 설사 한 순간의 오판으로 '화차'에 올라탔더라도 빠져나올 구멍은 있다. 그 구멍은 찾는 자에게 보인다.
[팁]신고해야 할 불법 추심 행위 (자료 : 금융감독원)
△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폭행ㆍ협박ㆍ체포 또는 감금, 위계나 위력을 사용.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21:00~08:00)에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 혹은 반복적으로 말ㆍ글ㆍ음향ㆍ영상 또는 물건을 채무자나 관계인에게 도달하게 함으로써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
△채무자 혹은 관계인의 신용정보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채권 추심의 목적외로 이용.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 대해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아니한 채권을 추심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거짓 행위
△법원, 검찰청, 국가기관에 의한 행위로 오인할 수 있는 말ㆍ글ㆍ음향ㆍ영상ㆍ물건, 그 밖의 표지를 사용하는 거짓 행위.
△혼인, 장례 등 채무자가 채권추심에 응하기 곤란한 사정을 이용하여 채권추심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행위.
△채무자의 연락두절 등 소재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아닌데도 관계인에게 채무자의 소재, 연락처 또는 소재를 알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행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