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제재를 두고 금융투자업계가 담합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과징금 산정 체계가 위법하다는 반대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6일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는 15조원대 과징금 가능성이 제기된 이번 조사 결과가 금융권 재무건전성과 자본시장 대외신인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발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서울 동작구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열린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7.24.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0614141654896_2.jpg)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공정위의 국고채 PD 제재 조사와 관련해 담합 성립 여부, 과징금 산정 방식,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담은 제재 반대 의견을 금융당국을 통해 전달했다. 공정위는 금융투자 관련 협·단체를 상대로 별도의 의견 청취를 진행하지 않고 피심인인 증권사와 은행의 의견을 직접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관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증권사 10곳과 은행 5곳이 국고채 입찰 담합과 정보교환 담합을 했다고 판단했다. 심사관은 담합의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를 약 76조2000억원으로 파악하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PD 가운데 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국민·기업·농협·산업·하나은행 등 은행 5곳이 제재가 추진되는 대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PD의 국고채 거래가 자체 입찰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의 주문을 대행하는 구조여서 개별 업체 간 입찰 조건을 합의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PD는 자기 입찰 외에도 보험사·연기금 등 수많은 기관을 대행해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PD사 상호 간 담합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며 "정보교환도 단순한 시장정보 파악에 불과하고 업계 측 경제분석에서는 정보교환으로 낙찰금리가 오히려 낮아지는 등 경쟁 제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상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분류돼 '관련매출액 x기준율(10.5% 이상 20% 이하)' 산식으로 과징금이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진 국고채 낙찰금액 약 76조2000억원에 최고 기준율인 20%를 단순 적용하면 산정액은 최대 15조2400억원에 이른다.
업계는 낙찰액을 과징금 산식에 적용하는 것은 상위 법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의 관련매출액은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업수익 산출이 어렵다면 법상 40억원 이하의 정액과징금을 적용해야 하는데 낙찰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해석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조처"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에서 PD는 국고채를 인수한 뒤 자체 보유하기보다 단기간 안에 유통하는 사실상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유통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야 하는 시장조성 의무도 부담한다. 이에 업계는 손실을 감수하는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낙찰금액 전체를 관련매출액으로 삼으면 실제 이득과 제재 규모 사이의 균형이 무너져 비례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자들의 PICK!
반면 공정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피심인들이 국고채를 구매하고 입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담합이어서 법령상 구매금액과 낙찰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공정위가 금융권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최고 15%대의 기준율이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식상 최고 기준보다 낮지만 조단위의 높은 과징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과징금이 약 8조원에서 11조4000억원대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업계는 제재로 PD 자격이 정지되거나 지정이 취소될 경우 국고채 발행과 국가예산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된 상황에서 국고채 발행과 유통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금융시장의 대외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제재 대상인 증권사와 은행이 제재 확정 시 입을 재무적 타격이 막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의 NCR(순자본비율) 상태는 양호하다"며 "개별 증권사별 영향을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업계 전반에 대한 충격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