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영어, 시험 영어에 적응 못하는 해외파들 많아… 토익강사 "시험체계 문제"
#대학시절 영국에서 1년 반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홍모씨(28)는 첫 토익 시험에서 700점(990점 만점)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홍씨는 "유학 다녀온 친구들이 토익은 한두달 정도 학원을 다녀야 점수가 나온다고 했는데 돈이 아까워 가지 않았다"며 "토익은 한국에서 토익 공부만 한 사람들이 더 잘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영어권 국가에서 10개월 간 어학연수를 받은 조모씨(25). 하지만 조씨의 영어공부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끝나지 않는다. 대학교 어학원과 토익 학원, 회화 학원까지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조씨는 "애당초 어학연수를 갈 때 회화 외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며 "유학 가서는 쉽게 입을 여는 자신감만 얻어온 셈"이라고 털어놨다.
영미권 어학연수를 다녀오고도 귀국해 학원을 찾는 '유학생'들이 적지 않다. 어학연수 과정 중 회화나 에세이 쓰기 같은 '실용 언어'를 배워오긴 하지만 한국에서 요구하는 어학능력은 대부분 '자격증 중심'이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도심에 몰려있는 국내 영어 학원가. 대부분 회화나 에세이 작성 같은 수업보다 토익을 비롯해 '점수를 따기 위한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날 찾은 종로구 소재의 한 영어학원도 41개 수업 가운데 33개가 '시험 대비반'이었다.
어학연수생 등 대학생뿐만 아니라 조기유학을 다녀온 어린 학생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3년 반이나 학교를 다니다 경기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신모양(18)은 "영어수업 때마다 선생님이 교과서를 읽어보라고 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을 읽을 때 너무 어색하다"며 "특히 현지에서 사용하지 않는 문장이나 단어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입을 앞둔 신양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배운 영어를 다시 한국에 맞게 공부하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 쓰는 영어와 국내영어가 너무 동떨어져 있어 결국 또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 결국 '현지 영어'와 '한국식 영어' 두 가지를 모두 배우는 만큼 시간과 비용도 두 배로 든다는 하소연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현지에서 배운 언어능력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외국인 미사'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주말마다 성당의 외국인 미사에 나간다는 이모씨(27)는 "유학을 다녀와서 '영어감'을 잃지 않으려고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며 "필리핀 전화영어, 영국 대사관 쓰기 과정 등 안 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업하기 위해 준비했던 말하기 자격증은 한 달간 학원을 다니면서 끝내 버렸다"며 "시험 볼 당시 일상 회화에서 익히 '발음'정도만 쓸모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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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서울에서 토익 스피킹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임모씨(31)는 "토익 같은 경우 미국에서 7년을 살면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나도 만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시험체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임씨는 "'족보'로 통하는 책 1권을 달달 외우고 나서야 간신히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며 "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면서 영어만 사용해 온 사람도 스피킹 시험은 결국 암기로 승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