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망중립성 정책 '갈라파고스의 함정'

[기자수첩] 망중립성 정책 '갈라파고스의 함정'

성연광 기자
2012.07.24 05:00

카카오의 m-VoIP(모바일음성통화) '보이스톡' 서비스 논란 이후 정부의 '망중립성 정책'이 따가운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트래픽 관리 기준안'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현안 문제로 떠오른 m-VoIP 서비스의 허용 여부에 대해서 통신 사업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현실문제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망중립성 정책 수립이 시기를 놓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적으로 혼선을 겪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빠르게 교통정리를 해줘야하는 정부의 역할을 감안할 때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아직 정립되지 않은 망 중립성 정책에 대해 우리나라의 선제 대응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국의 통신 서비스 이용 환경과 산업, 규제정책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섣부른 망중립성 정책은 자칫 글로벌 환경에서 우리나라만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정책'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m-VoIP 등 서비스 차별금지 등 명확한 망 중립성 원칙을 제시한 미국과는 달리 EU집행위원회는 추가적인 망중립성 논의를 보류했다. 시장 자율에 맡겨 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EU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통신 경쟁상황 및 규제정책의 다른 상황이 고려됐지만, 그 이면에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플랫폼 사업자들의 글로벌 시장전략에 대한 견제 의지가 깔려 있다고 본다.

자칫 미국식 망중립성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의 잇속만 채워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감이 있다는 의미다. 굳이 우리나라가 미국식 망중립성 정책을 먼저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망중립성 정책은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 특성을 포함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한다. 통신·콘텐츠 산업 생태계는 물론 소비자 후생, 국가이익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성급한 표퓰리즘 정책보다는 신중한 정책이 수립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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