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재간접 전환 과정 투자자 손실 가능성... 위험고지는 불충분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해외펀드를 재간접펀드 행태로 '슬그머니' 바꾸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재간접형으로 바꾸면 종전에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고 역외펀드를 편입해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시황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
문제는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충분한 위험고지 없이, 소수 수익자만 모인 상태에서 수익자총회를 열어 약관을 변경하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운용사들은 대부분 해외펀드를 '위탁운용'과 '재간접펀드'를 통해 간접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본사에서 펀드를 굴리는 방식이 위탁운용이고, 본사의 역외펀드를 편입하는 방식이 재간접형이다.
운용사들은 지난 2007년부터 위탁운용을 선호했다. 해외펀드가 주식에 투자할 경우 양도차익이 면제되는 등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 위탁운용에 따른 펀드매니저 보수, 사무수탁 비용 등이 더 들지만 이보단 세금혜택 메리트가 컸다.
하지만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2010년 말 종료(손실 펀드는 현재까지 혜택연장) 되자 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재간접형으로 속속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피델리티자산운용 모두 12개의 위탁운용 해외펀드를 재간접형으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의 경우 종전에는 외국 주식에 60% 이상 투자했지만 현재는 본사의 역외펀드인 '글로벌금융산업펀드'에 50% 이상 투자한다. 재간접형은 주식을 편입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이 '프랭클린템플턴 차이나 증권 모투자신탁(주식)' 등 총 4개 펀드를 재간접형으로 전환한 바 있다. 국내 운용사 중 일부도 재간접형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재간접형은 펀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총보수가 낮아질 수 있다. 예컨대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의 경우 종전엔 총보수가 3.9005%(합성보수, C클래스)지만 전환 후엔 2.36%로 떨어졌다.
문제는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가 변동에 따른 투자 손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펀드가 종전에 투자했던 주식을 순차적으로 모두 내다팔아 역외펀드를 편입해야 하는데, 이 기간 주가가 오를 경우 '저점 매도, 고점 매수'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기간은 약 1개월가량 걸린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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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위험에도 불구, 외국계 운용사 대부분은 투자자의 충분한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재간접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
피델리티운용·프랭클린템플턴운용 펀드 대부분은 의사정족수(수익증권 총좌수의 과반수)부족으로 수익자총회를 한 차례 연기 했다. 연기총회는 정족수 기준 없이 출석수익자의 3분의2만 찬성하면 손쉽게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피델리티유럽증권모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는 전체 수익자의 2.37% 찬성만으로 전환이 가능했고, 피델리티미국증권모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는 14.18%로 변경 약관이 통과됐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전환에 따른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자의 충분한 동의 없이 재간접형태로 바꾸는 것은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