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주식형펀드 뭉칫돈 이탈···채권형펀드 위상은 '쑥쑥'
"연 4% 수준 수익률을 맞춰주겠다고 하면 기관 자금이 수조원 몰릴 거예요. 하지만 지금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4% 만들기 위해 펀드매니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 기도하는 것 밖에 없을 겁니다."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사모형 채권형펀드를 운용하는 A운용사 펀드매니저의 얘기다. 채권형펀드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익률을 내기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주식시장은 불안하고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채권형펀드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1년 수익률이 5%로 과거 수익률은 만족할만하다. 문제는 신규 투자자의 경우 채권금리가 이미 많이 하락한 터라 향후 기대 수익률은 연 4%를 넘지 못할 거란 지적이다.
◇주식형펀드 '지고' 채권형펀드 '뜨고'=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 공모펀드) 설정액은 62조2164억원으로 지난해 말(64조6713억원) 보다 2조4549억원이 줄었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리먼 사태'가 터진 지난 2008년 말 78조4476억원에 달했지만 차츰 인기가 식으면서 4년 여만에 설정액이 16조원 넘게 급감했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이 기간 56조7146억원에서 28조5850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안정세를 찾던 증시가 지난해 8월 이후 유럽발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자 주식형펀드의 '위상'이 추락한 것. 하지만 채권형펀드 인기는 정확히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6조8484억원으로 올 들어 6000억원 가까이 순유입됐다. 2008년 대비로는 2조원 넘게 불었다. 해외 채권형펀드 역시 올 들어 8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 2008년에 비해선 현재(4조1746억원) 17배나 커졌다.
사모형에 주로 투자하는 기관 자금까지 감안할 경우 실제 설정액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식형펀드 자금이탈 속에서도 유일하게 돈 맛을 보고 있는 펀드가 채권형"이라며 "채권펀드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대수익률 4%라고? 이젠 눈높이 낮춰라=채권형펀드가 기관과 개인투자자를 막론하고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주식형펀드 대비 꾸준한 수익률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형펀드의 1년 수익률은 5.46%로 안전적인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6.63%로 밀렸다. 2년 수익률을 비교해 봐도 채권형(10.57%)이 주식형(4.21%)보다 두 배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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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펀드 가 잘 나가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꾸준히 인하되면서 채권금리 역시 하락했기 때문.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하면서 자본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5% 내외로 가파르게 하락한 상태에서 정기예금 금리 대비 '알파' 수익이 나는 채권형펀드는 앞으로도 주목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수익률이 앞으로 수익률을 담보하진 않는다. 향후 경기, 물가, 금리 수준을 감안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리 하락 추세가 둔화되거나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신규 투자 기대수익률이 4%대를 밑돌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과거 수익률만 보고 현 시점에서 투자에 나섰다가 낮은 수익률에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기관투자자들도 요즘 채권형펀드 기대 수익률을 3% 중후반대로 낮춰 잡고 있다"면서 "정기예금에 비해선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절대적인 수익률은 지금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2.98%를 기록했다. 하루짜리 자금에 적용되는 기준금리(3.00%)를 밑돈 것으로 호가수익률이 고시된 1993년 7월 이래 가장 낮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2.74%로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금리는 추가하락 가능성이 있으나 과거 대비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