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소송 10년 새 70% ↑…법조계 "무단도용 경각심 생겨 콘텐츠 산업 룰 형성에 도움"
"순수한 마음으로 제가 만든 노래를 CD에 저장했습니다. 감정을 해도 결과에 자신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70호 법정. 작곡가 이모씨는 '강남 스타일'을 부른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6)가 자신이 만든 노래를 표절했다며 싸이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 법원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홍이표)의 심리로 진행된 변론기일에서 이씨는 싸이가 자신이 만든 '나쁜 스타일'의 상당 부분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싸이보다 먼저 노래를 만들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래가 담긴 CD의 생성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15년 전 쯤 노래를 만들었고 CD를 통해 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최근 저작권침해를 주장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접수된 손해배상 소송 중 저작소유권 침해 사건은 418건으로 2002년 69건에 비해 70% 가까이 늘었다. 2005년까지 두 자리수에 머물던 접수건수는 2006년 151건으로 급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경제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핵심 산업이 콘텐츠 분야로 옮겨감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저작권 침해 소송이 일어나는 주된 이유를 인터넷의 발달로 꼽았다.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를 통한 복제와 전송이 용이해 지면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소송의 쟁점은 상대방이 자신의 작품에 근거해서 작품을 만들었는지 여부와 두 작품이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다. 실질적 유사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공통된 부분이 '아이디어' 차원인지, '표현'에 해당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얼마 전 CJ E&M은 SBS 프로그램 '짝'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억대 소송에 휘말렸다. SBS는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의 '쨕 재소자 특집'이 '짝'을 모방했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SBS가 저작권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는 각 장면은 저작권이 보호하지 않는 아이디어에 해당하거나 기존에 흔히 사용되던 표현 형식에 불과해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저작재산권 및 저작인격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우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KBS 드라마 '아이리스'도 소설가 이모씨로부터 자신의 장편소설을 표절했다는 소송에 휘말렸으나 최근 승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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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남북 분단상황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표현에 불과하고 저작권법으로 보호되지 않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역시 지난 3월 연극 집필자들로부터 공연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에 휩싸였다. 그러나 법원은 대본이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어 독점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판단, 공연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저작권 침해소송의 증가가 콘텐츠 산업의 룰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당 산업 규모가 커지고 경제가치가 높아지면 법적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이를 통해 규범의식이 형성된다는 해석이다.
법무법인 강호의 이영욱 변호사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분쟁으로 컴퓨터 산업이 정리·형성되는 측면이 있다"며 "인터넷의 발달과 한류의 영향으로 산업구조가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3차 산업으로 옮겨가면서 소송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저작권 침해 소송의 역사가 짧고 실질적 유사성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싸이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중정의 정경석 변호사는 "무조건 걸고보자는 식의 소송이 남발될 경우 창작자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면서도 "무단 도용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