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50%룰에 걸려 펀드 가입 못하시네요"

"고객님 50%룰에 걸려 펀드 가입 못하시네요"

김희정 기자
2013.09.03 07:22

-'펀드 50%룰' 현실성 떨어져…고객선택권 역제한 논란

- 신규 가입만 제한, 펀드 환매물량은 제외 이상한 셈법

# 30대 개인투자자 김미래(가명)씨는 국내 대표 가치투자펀드인 'KB밸류포커스펀드'와 '신영고배당펀드'에 뒤늦게 가입하려고 저울질하다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두 펀드 모두 계열은행과 계열증권사의 판매비중이 50%를 넘어서 신규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다른 증권사나 은행 지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없는 거래계좌를 따로 만들려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금융회사의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판매 비중을 제한한 '50%룰'이 고객의 선택권을 역제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0% 초과 여부를 판별하는 잣대도 신규 펀드로 한정해놓고 정작 환매로 순유출되는 부분은 고려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펀드 50%룰이란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판매 비중을 연간 펀드판매금액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비율규제를 말한다. 자산운용사가 계열 증권사에 매매주문을 맡길 수 있는 한도도 연간 50%로 제한된다.

대형 판매사들이 창구에서 계열운용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아온 관행이 펀드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4월말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실행의 현실성을 고려해 신규 판매되는 펀드로 규정을 한정하고 고액 기관 투자자금이 수시 입출금되는 머니마켓펀드(MMF)와 사모펀드를 대상에서 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지 4개월이 넘은 현재 당장 12월 결산인 국민은행, 제주은행, 미래에셋증권 등 3사의 신규 계열펀드 판매비중이 50%(7월 31일 기준)를 넘고 있다. 3월 결산법인 신영증권도 신규 계열펀드의 판매비중이 58.67%에 달해 계열펀드 판매비중을 인위적으로 낮춰야 할 판이다.

금융당국의 실질적인 규제는 각 판매사의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신규 펀드에 한정하는 만큼 이들 기업들이 아직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계열사펀드 판매비중이 연간 기준 50%를 넘지 못하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한데 따른 점검차원의 공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50%룰 시행 이후 금융사들의 계열운용사 판매비중은 급격히 감소했다.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누적 기준 계열 판매비중이 각각 89.88%, 73.43%에 달하지만 신규 기준으로는 50.96%, 14.62%로 대폭 줄었다. 국민은행도 누적기준 59.22%보다 신규 기준으로는 비중이 4%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계열운용사 상품 비중을 인위적으로 줄이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오히려 역제한될 수 있다는 것. 50%룰은 금융회사의 계열운용사 밀어주기를 통한 불완전판매를 막고 소비자가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하지만 은행계열 자산운용업계는 50%룰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특정펀드에 가입하려고 찾아온 고객을 다른 회사 지점으로 설득해 보내는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계열운용사의 펀드 운용수익률이 양호한 금융회사일수록 불만은 높다. 대형 금융회사의 계열사 몰아주기를 제한하자는 취지와 달리 제주은행, 신영증권 등 지점수가 적은 금융회사가 규제에 걸리는 것도 아이러니다.

은행계열 자산운용사 A 대표는 "은행이나 증권사 입장에선 50%룰을 모르는 개인고객을 일일이 납득시켜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로 보내야 하는게 현실"이라며 "고객들이 쉽사리 이해하고 불편을 감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소형 증권사 계열 자산운용사 B 사장도 "어차피 올 들어 자금이 순유입된 주식형 펀드는 5~6개 안팎이고 투자성향도 비슷하다"며 "이들 운용사 중 은행계열의 경우 제 발로 찾아온 고객을 다른 판매회사로 보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0% 초과를 가늠하는 기준이 작위적이라는 불만도 높다. 제도 운영의 편의를 위해 신규 펀드로 제한한 것은 그렇다 쳐도 펀드환매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상계하지 않고 신규 가입분만 누적해 집계하고 있기 때문.

한 은행계열 자산운용사 임원은 "결국 펀드 순자산이 대거 빠져 순유입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신규 가입이 소폭이라도 늘어나면 50%를 초과해 해당펀드를 팔 수 없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50%룰 때문에 판매일정을 늦춰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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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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