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294,500원 ▲10,500 +3.7%)가 노조의 파업 예고 날짜를 일주일 앞두고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대규모 인력 부족으로 설비를 가동하더라도 품질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에 나선 것이다. 천문학적 성과급을 요구하며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생산을 볼모로 잡은 노조 탓에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나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21일로 예고된 반도체 노조 파업을 앞두고 이날부터 생산량을 줄이면서 비상관리상황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다른 산업과 달리 파업 이전부터 생산량과 품질관리를 시작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 할수 있다"며 "품질 관리를 위해선 생산량을 파업이전에 축소해놔야 한다"고 밝혔다. 라인 초입에 투입하는 신규 웨이퍼(반도체의 기본 재료) 수량을 제한하고 단가가 높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최신 공정(최첨단 선단 공정) 위주로 제품 믹스를 재편하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의미다.
또 업계에서는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면 약 10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법 파업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건이 법원에서 인용되더라도 최소 10조원에서 20조원의 손실이 예상되며 제조공정이 전면 중단될 경우 10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손실 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는 파업 충격이 회복되려면 노조가 예고한 18일의 파업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업에 대비한 사전 예비작업과 사후 안정화 작업까지 더해지면 한 달 이상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날부로 파업 참가 신청자는 4만3286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전체 임직원이 약 7만70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 인원이 모두 파업에 들어간다면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라인의 특성상 잠시라도 라인이 멈추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2018년 평택 공장 정전사고로 단 28분 가동 중단에 약 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를 환산하면 1시간에 약 1071억 원, 하루 약 2조6000억원의 손실에 해당한다. 1분당 손실액이 10억원을 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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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AI(인공지능)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등을 주요 리스크로 꼽는다. 공급 안전성이 흔들리면 고객이 떠나고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발동 시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중단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노사 자율 협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은 존중하지만 이번 사안은 461만 소액주주의 자산, 1700여 협력사의 생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이 모두 걸린 사안"이라며 "이미 노조 측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자율 해결만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긴급조정권이라는 법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 국가 경제를 지키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과거 긴급명령은 파업 시작후 발동 했으나 반도체는 업의 특성상 파업 전에, 그것도 한시라도 빨리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