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순간, 자멸 선택한 삼성 노조] (上)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 순간에 삼성전자(284,000원 ▲5,000 +1.79%) 노동조합이 자멸(自滅)의 길로 향하고 있다. 세계 기업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영업이익 15%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며 끝내 노사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지금 인류는 AI(인공지능)를 전면에 내건 시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 길목에서 메모리반도체(이하 메모리) 시장을 장악해온 우리나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실제로 국가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미중 패권 갈등의 격화도 이면에는 반도체 전쟁이 있다. 하지만 외부 공세가 아닌 간판 기업 임직원들의 자충수로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위기다.
게다가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에 핵보유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리스크 등 어느 때보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노출된 만큼 벼랑 끝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도체를 기반으로 방산과 조선, 원전 등 전략산업을 다지고 바이오·우주 등 신성장동력을 키우며 미래로 나아가는데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기초부터 무너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1,976,000원 ▲141,000 +7.68%)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1.7%의 깜짝 성장률로 22개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한 성적표를 받은 것도 반도체 부문을 빼면 사실상 1%도 위태로웠다는게 산업계 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노조는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은 채 파업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자해 행위를 통해 자멸의 길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게 재계 안팎의 우려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는 이게 자멸의 길이라고 생각 못하는 것 같다"며 "결국 수혜를 입는 건 글로벌 경쟁사들"이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이례적으로 국내 최대 외국 경제단체인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경쟁국가의 반사이익'을 경고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등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 날짜인 이달 21일까지는 일주일 남았다. 그간 산업 발전의 최전선에서 뛰어오며 최고의 대한민국 직장인을 상징하던 '삼성맨'의 선택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K반도체의 대표상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도 "한 해만 보지 말고 10년, 20년 '세계 1등 기업'을 유지해보자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05.13. jtk@newsis.com /사진=김종택](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1319024350471_2.jpg)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과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과가 경제 골든타임을 지킬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과 증시를 떠받치는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이번 사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경제 리스크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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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76조는 정부의 긴급조정 권한을 규정했다. 노조의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는 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간 파업 등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후 중노위가 직권 조정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국가 경제와 공공성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고 판단될때 적용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동안 긴급조정이 시행된 경우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총 4차례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고 본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분당 수십억원, 하루 기준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측 역시 생산 차질 규모를 20조~30조원 수준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라는 긴급조정권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제기한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인용을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05.13. jtk@newsis.com /사진=김종택](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1319024350471_3.jpg)
삼성전자 소액주주 단체도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청했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13일 오전 수원지법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인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부당하고 위법성 있는 파업 예고에 대해 법원은 깊이 있는 법리 판단과 신속한 가처분 인용 결정을 통해 국가적 손실을 예방해주시길 요청드린다"며 "정부는 유례없는 국가적·경제적·산업적 위기를 고려해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권 발동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파업을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이다. 이날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는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의 위법한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의 심문 절차를 마무리했다. 위법 행위를 우려한 사측과 안전 보호시설을 유지하겠다는 노조측 입장을 청취한 법원은 조만간 결론을 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6일 "법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쟁의행위를 예방하고 경영상 중대한 손실을 막겠다"며 총파업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오는 21일 직전까지는 해당 가처분 신청의 결론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이번주 중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13일 청와대에서 한-폴란드 정상회담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4.13.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1319024350471_4.jpg)
삼성전자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오는 21일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한 가운데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파업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3일 노동조합으로부터 파업이 예고된 삼성전자에 대해 "파업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며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사후 조정이 종료되긴 했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아직 노사 대화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해달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부터 이날 새벽까지 진행된 사후 조정 결과를 보고 받았다. 향후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한 정부 대응 방향도 논의했다. 김 총리는 노사 간 사후 조정이 결렬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달라"고 지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삼성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기업"이라며 "현재의 경영 상황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유튜브 방송에 출연, 밤샘 교섭에도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그 시간이 헛된 시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최종합의 이르진 못했지만 정부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파업은 노조의 선택이지만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물밑으로든 위로든 양쪽 입장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