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운동연대, 교육부 훈령 제정 규탄… 감사원 감사 청구 및 권익위 청원 제기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 집 앞에 호텔을 지어라."
진보성향 교육단체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호텔 건립 허용 방침을 규탄하고 나섰다.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교수노조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교육운동연대는 8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교육환경 훼손하는 학교 앞 호텔 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교육운동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교육부는 박근혜정부의 규제 완화 바람에 휩쓸려 교육환경을 훼손하는 학교 앞 호텔 건립에 앞장서고 있다"며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조차도 호텔 건립을 위해 희생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훈령 제정은 유해시설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학교보건법 취지를 거스르고 있어 법률의 위임 한계에서 벗어난 위헌적 훈령"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최근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학교정화구역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훈령을 제정해 심의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호텔 유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교육당국이 관광호텔 건립 허용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학교정화구역은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며 "학교정화구역을 풀어서 호텔을 지으면 주변에 온갖 유해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일부 재벌의 돈벌이를 위해 학교정화구역을 풀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관광호텔 건립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이 대한항공이 옛 주미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에 지으려는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을 허용하기 위한 특혜라는 지적을 언급한 것이다. 해당 부지는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의 학교정화구역 내에 자리잡고 있어, 현행 법상 호텔을 건립할 수 없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신아파트 입주자대표인 이종훈씨는 "가족호텔을 짓겠다는 부지 옆에 넓은 공터가 있다"며 "호텔이 들어서면 공터는 단란주점, 룸살롱 등 유해시설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지 주변에 초·중·고교 5곳이 밀집돼 있다"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유해시설이 들어오는 건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 지역 역시 학교정화구역 내 호텔 건립을 두고 주민들과 사업자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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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운동연대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항의 방문하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과 만나 학교정화구역 내 호텔 건립 허용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 1인시위, 대규모 집회 등을 개최하고, 감사원 감사 청구 및 국가권익위원회 청원 등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진보단일후보로 출마하는 조희연 후보는 "학교정화구역은 우리 사회가 미래 인재를 교육적으로 키우기 위한 정당한 공공적 규제"라며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그린벨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자치의 수장인가, 교육부의 수하인가"라며 "지금이라도 정당하고 교육적인 모습의 교육감으로 되돌아오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