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비서실장 대수비 참석으로 유임 가닥…2기 내각에도 막강한 영향력 행사할 듯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차기 총리로 지명하며 세월호 참사에 따른 인적쇄신의 시동을 건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사실상 유임시켰다. 이날 오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표를 제출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불참했지만, 김 실장은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는 김 실장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사실상 유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 때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사표 얘기도 나왔지만, '설'에 불과했다.
각종 정책과 인사 등 국정운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 실장에 대해 야권은 꾸준히 사퇴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관련, 국정 최고운영자로서 책임을 자인하며 사과한 만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김 실장 역시 책임을 빗겨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총리 인선과 함께 청와대 개편, 그 중에서도 김 실장의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으로 야권의 교체 요구에 시달렸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컨트롤타워' 논란으로 참사 수습에 혼선을 일으킨 김장수 실장을 쇄신차원에서 경질했을 뿐, 김기춘 실장에 대해선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김 실장은 지난해 8월 임명과 함께 빠른 속도로 업무를 장악해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한때 집안 사정으로 사퇴설에 시달렸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박근혜정부의 청와대는 김기춘 실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김 실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하다.
이번 인사를 두고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김기춘 카드'를 살리기 위해 '남재준, 김장수 패'를 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청와대와 국정원에 대한 비판여론을 일면 수렴하는 모양세를 취하는 한편 앞으로도 청와대가 그립을 쥐고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안 총리 후보자를 통해 개혁과 책임총리 구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야권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가 없는 개각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유임이 유력시됨에 따라 김 실장은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2기 내각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개각은 안 후보자의 제청을 받아 진행될 예정이지만, 신임 총리의 인사청문회 등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김장수 실장의 사표 수리로 참모진의 일괄사표 제출 형태를 띠지는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수석비서관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