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지 않고 정직한 서비스 제공하는 장사꾼이면 된다"

"속이지 않고 정직한 서비스 제공하는 장사꾼이면 된다"

대담=신혜선 문화부장 사진=최부석 기자, 정리=이언주 기자
2014.05.26 05:40

[머투초대석] 조유식 알라딘 대표… "비전? 새로운 영역에서 잔재미를 찾는 힘"

조유식 알라딘 커뮤니케이션 대표 /사진=최부석 기자
조유식 알라딘 커뮤니케이션 대표 /사진=최부석 기자

"이 세상 어딘가에 한 권은 있다. "왠지 반갑고 희망적인 이 카피. 온라인서점 알라딘 커뮤니케이션(대표 조유식, 이하 알라딘)의 품절도서센터에서 품절·절판돼 현재 구할 수 없는 책을 찾아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캐치프레이즈'다. 고객이 의뢰한 책이 알라딘에 없다고 어디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 중고서점 외에도 다른 서적도매상, 다른 대형서점, 출판사를 뒤지면 어딘가는 있다.

알라딘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식상하지만' 차별화된 고객만족 서비스를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서점에서 "죄송합니다. 절판이라는데요"라는 말을 듣는 게 익숙하니 이런 서비스, 감동도 주고 차별화할 만하겠다. 그런데 캐치프레이즈에서도 느껴지듯 그저 고객 만족만이 아닌 묘한 여운이 있다. '세상 어딘가에 있는 무엇을' 찾는 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아니나 다를까 조유식 대표는 '재미'를 말한다.

"사업을 하면서 잔재미를 찾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요. 솔직히 이 서비스는 매출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죠. 하지만 어렵게 한 권을 찾고 나면 저희도 재밌고, 고객들도 감동을 받아요. 물론 힘들 게 구해드렸다고 해서 '알라딘이 친절하니까 알라딘에서만 구입해야지' 하는 분들은 없습니다. 하하."

이번엔 '알라딘 온리(only)'라는 서비스를 들여다보자. 말 그대로 '알라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을 파는 개념이다. 알라딘이 직접 기획하는 이 상품은 꼭 '돈 될 만 한 건' 아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한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 같은 한정판 CD를 제작했다. 어느 책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마니아층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출판사나 북 디자이너와 계약을 통해 그 그림을 인쇄한 가방을 제작하는 식이다.

1999년 온라인서점 사이트로 문을 연 알라딘은 이듬해 국내 최초 도서 예약판매 서비스를 개시했고, 무료배송과 최저가 보상제, 당일배송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후발 온라인 서점의 경쟁력을 차근히 쌓아왔다. 그 결과 '10년간 고용과 매출에서 산업평균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기업 52개 가운데 재벌기업과 재벌하청기업을 제외한 23개 고성장기업'의 첫 번째 사례를 차지하게 됐다(산업연구원 2012년). 2013년엔 중고매장을 열면서 출판유통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루 사이트 방문자수가 15만이 넘고, 회원수는 500만 명, 45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연매출 2000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출판이라는 전통산업에서 벤처의 신화를 일궈낸 조 대표의 꿈은 '제대로 된 장사꾼'이다.

"알라딘이 램프를 쓰다듬으며 소원을 말하듯 고객의 꿈을 이루게 하는 장사꾼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객이 장사꾼에게 바라는 꿈은 속지 않고 정직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닐까. 거기에 알라딘이 바라는 중요한 정신이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등의 창업자들이 그랬듯 내가 잘 아는 한 대목을 재미있고 자신 있게 하다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어디서 착안했나?

▶ 기자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했다. 1998년 초에 미국에 사업아이템을 찾으러 갔다. 가서 보고 놀랐다. 이메일을 전화보다 훨씬 많이, 무척 편리하게 쓰더라. 이제 곧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오겠구나 생각했고, 무조건 인터넷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책 근처에서 살았다는 경험을 토대로 온라인서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미국에 간지 딱 일주일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한국에도 온라인서점이 있지 않았나?

▶1997년에 종로서점에서 온라인서점을 개설한 이후 교보, 인터파크, 다빈치(현 예스24) 등에서 시작해 운영 초기 단계였다. 그런데 책 제목과 출판사, 저자, 가격 정도의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한 아주 기초 수준의 서비스였다. 제대로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물론 정부나 대기업에서도 이 사업을 시작하고 있어서 성공을 확신하기는 힘들었지만 6개월간 미국에 머무르면서 대형서점 등을 보면서 설계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중고서점 매장을 열었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오프라인 사업으로 확대는 위험부담도 있을 텐데.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노블'에 갔을 때 정말 놀랐다. 그야말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파라다이스였는데, 인테리어도 멋지고 커피를 가지고 들어가 책을 봐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멋진 공간을 보는 순간 부러웠다. '문화수준에 있어서는 우리와 게임이 안되는구나' 싶어 억울하기도 했다. 한국은 임대료가 비싸서 이런 서점은 절대로 안 되겠지만, 온라인상에 개설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중고서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럼에도 막상 하려니 사향산업으로 남들은 문 닫는데 이제 문을 여는 게 맞나, 걱정이 됐다. 한국은 '중고'에 대해 주춤하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재미있게 해보기로 했다. 2012년 첫 매장을 연 후 지금은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에 17개 매장과 LA까지 모두 18개의 매장이 있다.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통과됐다. 도서정가제에 반대했던 것으로 아는데.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이제 됐다, 뭔가 달라지거나 크게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일단 하기로 의견을 모아 시작하니 결과를 지켜볼 뿐이다.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니 가만히 앉아서 시장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앞으로 10년, 20년은 금방인데 도대체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또 출판계와 유통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반품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서점은 반품이 별로 없지만 출판사는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과잉생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각에선 도서정가제로 인해 중고서점이 득을 볼 것이라고는 전망도 나오는 모양인데 새로운 판로가 되 진 않을 것으로 본다.

출판계는 다른 업계보다 5% 정도더 절실하게 불황을 느끼는 것 같다. 어떻게 활로를 뚫을 것인가에 대해서 답을 찾기 쉽지는 않다. 문화 매체는 많아지고, 책에서 얻는 재미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출판계는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알라딘이란 기업은 어떤 가치를 창출하나.

▶책을 사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다. 독자들이 좋은 리뷰를 많이 쓰도록 한다거나, 마음에 드는 다양한 리뷰를 보고 만족하면 좋겠다. 배송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다면 그것도 책을 사고 읽는데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구 등 몇몇 대도시의 경우 오후 3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받을 수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 같다. 이러한 알라딘의 모습이 책과 독자 사이에 기여하고 있는 바라고 생각한다.

-아마존의 빅 데이터 분석력이 세계적이다. 비즈니스 모델상 알라딘도 그런 IT기술을 활용하고 있나.

▶아마존은 고객의 구매 기록 등을 바탕으로 관련 도서·상품을 추천하는 맞춤 서비스를 한다. 아마존의 수준을 10으로 한다면 알라딘도 7쯤은 줘도 되지 않을까. 크게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추천시스템을 도입해 실행하고 있는데 거의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획과 디자인에 꾸준히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몇 년 후면 회사 설립 20년이다. '어떤 기업으로 성장 하겠다'하는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

▶설립 초창기에는 3년, 5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지금은 2년치 계획도 안 세운지 꽤 됐다. 내년 계획도 올해 말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이다. 솔직히 그런 계획 없어도 별 상관이 없었다. 한 해 한 해 열심히 하면서 때마다 우리도 재밌고 소비자도 재밌게 느끼는 프로젝트를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재미있는 변화는 페이지뷰 수치가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회사 운영하고 거의 10년만인 듯하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뭔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 환경에서 모바일에서 상품을 구매까지 하는 게 얼마나 복잡하고 귀찮은지 잘 알거다. 그런데도 매월 모바일에서 책을 구매하는 비중이 놀라울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금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조유식 대표는..

1964년 생으로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그는 배문고등학교, 서울대 정치학과(83학번)를 졸업했다. 1992~1997년까지는 월간지 '말'에서 기자로 일했다. 이후 1998년 지금의 알라딘 커뮤니케이션을 창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재미'라는 말을 줄곧 강조했다. '두드리면'이라는 말도 자주 썼다. 일반적인 기업인들의 화법에 나올만한 기업의 비전이나 가치 목표와 같은 '거룩한' 용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이라며 한 말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영역에 문을 두드려야 하고, 일하는 사람과 고객이 모두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는 게 아닐까" 정도다.

재미와 즐거움을 강조하지만 그는 혁명가 정도전의 팬이다. 최근 조 대표가 14년 전에 쓴 책 '정도전을 위한 변명(휴머니스트 펴냄)'이 주목받고 있다. 조 대표는 30대 초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정도전에 주목했다.

왜 정도전인가. 조 대표는 "그만이 혁명을 꿈꿨다"고 답했다. 1997년 초판에서 그는 "그를(정도전) 위한 변명을 쓰기로 작정한 것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역사에 헌신한 그의 삶에서 진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특권마저 불의가 정의를 대신해 가로챘던 불운의 시대에 태어나, 현실과의 싸움에서도 역사의 법정에서도 모두 패한 사람이 있다면, 후세에 누가 그의 진실을 알아줄 것인가. 이 책은 그렇게 잊힌 불우한 영웅, 정도전의 삶과 죽음에 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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