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패, 끝이 아니다]<7>윤재민 얄리 대표

윤재민 얄리 대표(41)는 포항공대 석사과정을 마친 후 2003년 말하는 아바타 온라인 커뮤니티 '얄리메이트'를 창업했다 1년 만에 회사를 잃었다. 그 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윤 대표는 재창업을 가로막는 각종 장벽에 부딪혔다.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규정 때문에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는 기회가 다가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만났나.
▶당시 한양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해 간담회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보육센터 관계자에게 찾아가 신용불량자 기록이 남아 정부지원사업 응시 자격조차 갖지 못하고 조그만 용역만 하고 있다는 제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흔쾌히 저를 간담회 참석자로 등록해줬습니다.
저는 정부지원사업 응시 제한 해제, 기술보증기금이 보유한 신용불량자 기록 삭제 등 수십 가지 건의사항을 A4용지에 적어 대통령을 만날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간담회 당일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하소연을 했습니다. 사업에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얼마나 힘든지를요.
그러자 대통령은 "재도전했을 때 성공확률이 더 높지 않나. 당연히 도와주겠다"고 흔쾌히 답했습니다. 그 이후 실제로 정부지원사업 응시 제한이 풀렸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창립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1년 만에 회사 잃은 사연은.
▶첫 창업인 얄리메이트는 아바타와 채팅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가입자는 5만명 정도였지만 '아바타와 대화한다'는 독특한 서비스여서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침 인수‧합병(M&A) 제의가 들어와 한 회사와 합병계약을 맺었습니다. 합병한 뒤 지분 15%를 받는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대 회사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제 회사는 없어졌고 지분은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그야말로 눈뜨고 회사를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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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실패 뒤 어떻게 지냈나.
▶수억원의 빚까지 져 한 순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습니다. 취업도 할 수 없어 갖가지 소프트웨어 개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 빚을 갚아나갔습니다. 3년만에 가까스로 빚을 청산하고 2009년 재도전했습니다. CCTV 화면에서 비명소리, 충돌소리 등을 인식해 범죄, 사고 등이 의심되는 구간만 돌려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재도전했습니다. 그 와중에서 과거 신용기록이 발목을 잡는 등 재기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고.
▶10년 간 연구한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해 지난해 대화인형을 개발했습니다. 자연어처리는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대화가 가능한 로봇뿐 아니라 검색어 처리, 번역 등도 이에 해당합니다.
유아 교육용으로 개발한 대화인형은 사람의 말을 인식하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뽀로로 노래 틀어줘"라고 하면 자동으로 유튜브 영상을 찾아 띄워주고, "도토리가 뭐야?" 물으면 그 뜻을 검색해 말해줍니다. 기본 대화부터 구구단 놀이, 끝말잇기, 외국어 대화(영어‧중국어‧일본어) 등이 가능합니다. 한국어로 말하면 자동으로 영어로 번역해주는 기능도 있고, 인형을 흔들면 "어지러워요"라는 감정도 표현할 줄 압니다.
2012년부터 KT의 유아용 학습 로봇 키봇2에 대화시스템 기술을 납품했고 최근에는 번역 관련 글로벌기업과 MOU를 체결하고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자연어처리 전공 공학박사 강신재 미 조지아공대 방문 교수는 "윤 대표는 자연어 기반의 가상인격체 감정인식, 동작표현, 대화 기술 등 다수의 원천기술을 특허로 보유하고 있다"며 "대화 영역이 제한적인 기존 기술과 달리 자연스러운 대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이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지난 2월 벤처1세대멘토링센터의 지원을 받아 재도약을 준비했다. 한상진 CEO멘토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마케팅이나 디자인 등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6개월 간의 멘토링을 통해 비즈니스모델 방향을 정리했고 서비스 내용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그 결과 윤 대표는 멘토링센터 '2014 상반기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목표가 있다면.
▶첫 창업 실패에 미련이 남아 재도전을 했습니다. 지금도 고비의 연속이지만 일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3년 내 매출액 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 가족과 직원들의 행복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행복지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일본의 한 대화인형의 경우, 10마디밖에 못하고 가격도 20만원대로 비싼 편이지만 100만개 이상 팔렸습니다. 의외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말벗이 필요한 어르신들,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을 위한 대화인형을 만들고 싶습니다.
